[탄핵 가결]"12일간의 불안 끝났다" 국회 앞 환호…광화문 비명(종합)
"12일간 불안 사라져…향후 수사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보수단체 집회선 비명소리…"여의도 표결은 가짜" 주장도
- 박혜연 기자, 김종훈 기자, 남해인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김종훈 남해인 이강 기자 =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여의도 국회 앞은 환호성이 울려 퍼졌지만 광화문 보수집회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14일 오후 5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204표'로 탄핵 가결을 발표하자 국회의사당 앞 인파는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시민들은 껴안고 어깨동무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집회 관계자는 "국민이 승리했다"며 "대통령은 44년 전으로 시대를 되돌리려 했지만 깨어 있는 우리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냈다"고 외치자 시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탄핵'이 적힌 깃발을 높이 흔들고 파란색 풍선을 단체로 날려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 진상 규명하라' 구호를 외치며 K팝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춤을 췄다. 역사적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셀카를 찍거나 단체로 기념 촬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는 차민서 씨(39·여)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지난 12일간의 불안이 사라졌다"며 "앞으로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지가 중요한데 두 눈 부릅뜨고 잘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는 김정규 씨(42·남)는 "너무 속이 후련하다"며 "추운 날씨에 아이들과 나온 보람이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KDB산업은행 앞 도로에는 사물놀이패도 등장해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마침 무대에서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노래가 흘러나오자 시민들이 합창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반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은 전광훈 목사가 전한 탄핵 가결 소식에 동시에 "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집회 분위기는 찬물이 끼얹어진 듯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어휴" 한숨을 쉬고 "집에 가야지"라며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자리를 뜨는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다.
전 목사가 "오늘 여의도 표결이 가짜라고 한다. 무효표가 8표가 나왔는데 (탄핵 가결은) 말이 안 된다"고 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솔깃해하며 "가짜래"라고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에이"하고 짜증을 내며 들고 있던 종이 플래카드를 쓰레기통에 세게 내리치기도 했다. 가결 소식이 전해진 지 약 20분 만에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이 거의 다 해산하자 썰렁한 공기만 감돌았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했다.
hy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