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에서 관저, 다시 국회로"…'尹 담화'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종합)
민주노총 윤 관저 앞 행진…교통통제 경찰과 잠시 '충돌'
여의도 모인 6만 촛불…'탄핵 불참 105인' 현수막 찢어
- 김종훈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이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12일 노동자 단체와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경찰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지하철 시청역 8번 출구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구속 국민의힘 해체 노동자·시민 대회'를 열고, 오후 3시부터 삼각지역~숙대입구역 방면으로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도로 통제 문제로 경찰과 실랑이하던 일부 조합원은 흩어진 뒤 오후 5시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다시 모였다.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방향으로 행진한 조합원과 시민은 관저 앞 3개 차로를 점거하며, 경찰과 다시 대치했다. 이로 인해 한때 한남대로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경찰은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 한남대로에 경찰 버스로 차 벽을 세우고 이들을 막아 세웠다. 방패를 들고 저지선을 만든 경찰을 향해 조합원들은 "윤석열을 구속하라", "윤석열을 포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후 6시 12분쯤 경찰 해산 명령에 따라 관저 근처에서 시위를 멈추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 시민촛불' 행사에 합류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오후 7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이 참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9일이 지난 평일이었지만,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일부 참가자는 재치 있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준비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국 집에 누워 있기 연합'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대학생 지승호 씨(25)는 "대국민 담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더 이상 탄핵을 미룰 수 없다"며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전 모 씨(18)는 좋아하는 작품 이름을 패러디한 '오타쿠는 조용히 덕질하고 싶다'라고 적은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전 씨는 "수능도 끝나서 시간도 많은데 가만히 있기는 부끄러웠다"며 "다른 분들이 (집회에 나오는데) 무임승차하고 싶지 않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다른 참가자들을 위해 핫팩을 나누어주거나 따뜻한 음료를 나누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경기 고양에서 온 안준호 씨(54)는 집회 현장으로 커피차를 몰고 와 시민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대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손에 들고 잠시 몸을 녹였다.
안 씨는 "계엄 이후로 행사들이 다 취소돼서 화도 나고 민주주의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이번 주에는 (탄핵소추안이) 가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의사당대로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 도착한 집회 참가자들은 30분가량 건물을 향해 "윤석열 퇴진",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오후 8시 30분이 되자 지난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얼굴이 인쇄된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시민들이 머리 위로 올라온 플래카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며 행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관저 앞 대치 상황 이후 큰 충돌이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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