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쿠데타 가담한 것"…전·현직 경찰 간부들 자성 목소리
"경찰 사기 걱정돼…조지호, 숨기는 것 없이 다 밝혀야"
"역사적 오판…조금 더 신중했어야" 쓴소리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경찰 내부에서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을 통제한 데 대해 "참담하다", "역사적 오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 전·현직 경찰 간부들은 비상계엄 여파로 경찰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지방의 한 시도경찰청장인 A 치안감은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관련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비상계엄 국면이) 끝나고 국민들이 평상으로 되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경찰이 중심을 잡고 잘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경찰청장을 지냈던 전직 경찰 간부 B 씨는 "우리 경찰이 어쩌다 이런 이슈에 휘말렸느냐"며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관계자들이 모두 솔직하게 밝히는 상황에서 조지호 청장도 숨기는 것 없이 다 밝혀야 한다. 경찰 사기가 가장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2년 경찰국 반대 회의에 참여했다가 좌천성 인사 발령이 났던 C 총경은 "조지호 청장이 똑똑한 줄 알았는데 역사적으로 멍청한 판단을 한 것"이라며 "경찰이 쿠데타에 가담하게 한 것인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작심 비판했다.
다만 국회 출입 통제 당시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한 지방 시도청장인 D 치안감은 "일단 경찰은 치안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통제하긴 해야 한다"며 "당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수십년간 독재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초유의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수십년간의 노력이 수포가 되는 모습에 자괴감이 들고 무력하다"고 밝혔다.
배 청장은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연루돼 경찰이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하는 이 상황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며 "위헌·위법에 대해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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