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할머니 케이블 꽉 쥐고 계세요" 창문 난간에 앉은 치매 노인 구조
이중 잠근 문 풀고, 할머니와 대화하며 안전 확보
경찰 "해야 할 일 했을 뿐…안전하게 구조돼 다행"
- 김예원 기자
할머니가 상가 창문에서 떨어질 것 같아요!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1일 오전 7시 18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가 앞. 이른 시각이지만 현장에선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허공을 보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이들의 시선 끝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박 모 씨(95)가 있었다. 맨발을 달랑거리며 창문에 걸터앉은 야윈 박 씨의 몸은 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롭게 움직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할 홍은파출소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건 신고가 들어온 지 2분 만이었다. 장지희 경장 등 경찰 7명과 소방 6명이 구호 조치를 위해 투입됐다.
현장을 구경 중인 이웃들을 일일이 잡고 집 주소를 파악한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 개방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건물이 오래돼 잘 열리지 않았을뿐더러, 치매에 걸린 박 씨가 밖으로 돌아다닐까 염려한 딸이 어머니가 잠든 것을 보고 문을 이중으로 잠근 뒤 외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관문 측면에 창이 하나 더 있었던 덕에 이들은 박 씨의 집으로 무사히 진입, 창틀에 앉아있던 그를 구출할 수 있었다. 경찰에 신고된 지 10분 만의 일이었다. 다친 곳 하나 없이 박 씨는 현장에 달려온 딸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박 씨의 안전을 위해 경찰들은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내부 진입 인원 외 나머지는 현장 인파 통제를 하거나 박 씨를 지켜보며 그가 추락하지 않도록 도왔다. 박 씨가 휘청거리지 않도록 건물 아래로 드리운 케이블을 쥐고 있으라고 하는 등 지시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박민호 경감(홍은파출소 2팀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아무 불상사 없이 안전하게 가족에게 인계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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