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본 거지?" 눈폭탄 도로 위 질주하는 스키어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밤사이 전국 곳곳에서 40㎝가 넘는 눈이 쌓이는 '폭설 대란'이 일어난 28일 스키를 타고 거리를 나선 시민들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 위에서 스키를 탈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8일<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강원·충청 북부·경북 북부에는 대설 특보가 발효됐다. 서울 관악(40.2㎝), 용인 백암(43.9㎝) 등엔 밤사이 40㎝가 넘는 눈이 쌓이며 도심 곳곳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오후 1시 기준 강원 남부와 충북 북부, 경북 북동 산지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대설 특보가 해제됐지만 경기 남부 등 수도권 일부엔 오늘 오후 6시~자정까지 계속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같은 폭설이 지속되면서 경기 용인시, 수원시 등 눈이 많이 내린 일부 지역에선 스키를 타고 도로를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이들의 모습이 게재되며 "신발보다 스키가 더 편할 날씨", "눈이 너무 많이 오니 이런 모습도 본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다만, 차가 통행하는 도로에서 스키로 이동하는 것이 교통 방해 등으로 간주할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68조 3항 등에 따르면 교통이 빈번한 도로에선 공놀이 또는 썰매 타기 등의 놀이가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12월엔 폭설이 내린 제주시의 한 도로에서 스키를 탄 60대 남성이 도로교통법 위반(도로에서의 금지 행위)으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키도 썰매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일반 보행자로 분류돼도 통행량이 많은 도로 등을 지난다면 교통 방해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일 교통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는 "교통이 빈번한 도로는 사전적 의미의 교통 혼잡 상황이라기보단 기본적으로 차가 오가는 도로에선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라며 "일반 도로에서 이동 수단으로 스키를 타다가 사고가 날 경우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처벌받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내린 눈이 수증기를 많이 품은 '습설'(濕雪)인 점을 고려하면, 눈 덮인 도로에서 스키나 썰매를 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습설은 눈 결정에 수증기가 많이 달라붙은 무거운 눈으로, 습설이 쌓인 곳에서 스키를 타면 건조한 눈(건설) 위에서 탈 때보다 더 빨리 빙판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하석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눈이 외부 압력으로 얼다 녹으면 도로가 미끄러워지는데, 눈이 습기를 많이 먹으면 그 속도가 빨라진다"며 "스키 플레이트나 썰매 등은 발보다 눈 위에 압력을 주는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스키를 타는 이들이 많아지면 도로 미끄럼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