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어치 금품 든 에코백 훔친 80대 노인, 일부 무죄 이유

현금 등 1150만원 짐 손수레에 싣고 절취 혐의…CCTV에 범행 '덜미'
재판부, 에코백 등 훔친 사실 인정하지만 내용물 절취한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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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을 방문한 홍콩 국적 방문객의 짐을 손수레에 싣고 떠난 8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짐에 든 도합 1000만 원어치의 금품이 사라진 혐의에 대해선 범죄를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절도 혐의를 받는 박 모 씨(84)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박 씨는 지난 4월 10일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노상에서 에코백 1점과 오렌지색 비닐봉지 1점을 자신의 손수레에 몰래 싣고 절취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혐의를 일체 부인했지만, 인근 카페의 폐쇄회로(CC)TV에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찍혀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 국적의 관광객 A 씨는 일행과 사진을 찍기 위해 10분 정도 길거리에 짐을 뒀는데 A 씨가 이를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가방엔 현금 700만 원과 시가 300만 원 수준의 카메라 1대, 여성 의류 등 도합 1150만 원어치의 금품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씨가 에코백과 비닐봉지를 가져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가 가방 안의 물건을 훔쳤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가방과 봉지 안에 실제로 위 물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피해자의 진술서만 존재할 뿐, 현금 700만 원의 실제 환전 여부, 도난당한 의류가 한국에서 구매한 신상품인지 등에 관해선 확인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길가에 물건을 놔둔 시점부터 피고인이 이들을 손수레에 태워서 가지고 갈 때까지 누군가 위 물건들을 꺼내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경찰 발생 보고서는 홍콩 여권과 신용카드 2장이 든 갈색 지갑 1개도 함께 도난당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피해자들의 진술서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진술 및 그 동행자의 진술을 비교해 도난품에 대한 진술 신빙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에 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진술서만으로는 가방과 봉지 안에 이들 물품이 들어있다는 주장을 믿기 부족하고, 설령 이가 맞는다고 해도 피고인이 이들을 절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