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취득 위해 '위장 결혼' 중국 여성, 남성 연금 3년치 수령 벌금형

8년간 혼인 관계 주장했지만…브로커 주선으로 결혼 밝혀져
재판부 "전 남편이 처벌 원하지 않아" 벌금 150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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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허위 혼인 신고 후 이혼한 전 남편의 연금 일부를 수령한 60대 여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마은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모 씨(65)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오 씨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 여성으로, 2001년 7월 한국인 남성 A 씨와 혼인 신고한 뒤 8년 뒤 협의 이혼했다. 법적 혼인 관계였을 당시 오 씨와 A 씨는 각자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등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 씨는 자신의 예전 혼인 사실을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에 A 씨가 수급 중인 노령 연금에 대한 분할 지급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오 씨는 2023년 10월 본인 계좌로 3년가량의 분할 연금 소급분인 294만 3820원을 3차례에 나눠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오 씨는 A 씨와 실질적 혼인 관계를 유지해 분할 연금 수령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설령 실질적 혼인 관계가 없었다고 해도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수령을 통보해 받았을 뿐, 연금을 편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에게 청력 장애가 있어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증거 조사에 따르면 오 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원에 따르면 오 씨와 A 씨는 브로커의 주선으로 허위 혼인 신고를 했다. A 씨는 중국 국적의 여자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면 돈을 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에 넘어가 오 씨와 혼인 신고를 했고, 오 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뒤 두 사람은 이혼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오 씨가 A 씨와 실질적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음에도 분할연금 지급 청구서를 직접 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또한 공단 직원이 오 씨에게 혼인 기간 등을 물어봤던 점 등을 고려하면 오 씨에게 연금을 불법으로 취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오 씨가 분할연금 전부를 반환하고 향후 원금 수령권을 포기한 점, A 씨가 오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