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김호중 방지법…악용된 '술타기' 근절되나
술 더 마셔 음주 측정 방해하는 행위 처벌…최대 5년 징역
김호중 이후 술타기 수법 널리 퍼져…"법적 제동장치 마련돼"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술을 마신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술을 더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를 처벌할 법적 근거인 '김호중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 술을 추가로 마시는 '술타기 수법'이 근절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는 지난 14일 본회의를 열고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술타기 수법으로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또 음주 측정 방해자가 음주 측정 거부자와 동일한 처벌인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한 후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등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물품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경에는 지난 5월 음주 운전 뺑소니를 낸 뒤 술타기 수법을 악용한 가수 김호중 사건이 있다. 당시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캔맥주를 마셔 경찰 음주 측정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13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김 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당시 김 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 계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뺑소니 등으로 음주 운전자의 호흡이나 혈액으로 음주 정도를 곧바로 측정할 수 없을 때 음주 시점에서부터 시간당 평균 0.015%씩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 당시 또는 음주 운전 단속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부정확성을 이유로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여러차례 나왔다. 무죄 판결을 받은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된 검찰의 김 씨 기소 직후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본 사건을 통해 음주 운전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법 방해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김호중 사건 이후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는 술타기 수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쯤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 씨(22)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있던 B 씨(33)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고 체포될 당시 경찰에 빈 술병 등을 보여주며 "집에 와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등 '술타기'를 시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고통을 호소하는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이나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 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이뤄졌고 병원을 벗어났던 A 씨는 병원과 자택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셨다. 이 때문에 경찰이 측정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4%였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술타기 수법에 대한 법적 제동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음주운전 및 음주운전 사고 이후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적 못하게 하기 위해 술을 먹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를 일종의 음주 상태로 추정·간주하는 규정으로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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