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공구하면 35% 환급" 신종 '팀미션' 사기…88억 뜯긴 300명 피눈물

경찰, 일당 54명 검거 14명 구속…피해액 88억 원
해외총책 3명 적색수배…"영화 평론, 리뷰 등 사기 수법 진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공동구매 아르바이트 신종 사기 일당 5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제공)

"쇼핑몰에서 냉장고 공동구매 하면 가격의 35%를 현금으로 환급해 드려요."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공동구매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신종 사기로 약 88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만 300명이 넘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신종 사기 일당 5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4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 등 해외총책 3명 중 2명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국내 송환 중이다.

A 씨 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피해자들에게 신규 쇼핑몰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고 속여 가짜 쇼핑몰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이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공동구매 하면 35%를 추가해 현금 환급해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301명으로부터 88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명 '팀미션' 사기란 냉장고 등 고가의 물품을 5~10명으로 이뤄진 팀 전체가 공동구매 하면 대금의 35%를 적립해 준다는 신종 사기 형태다. 하나의 팀은 피해자 1명을 제외하면 전부 일인다역의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을 결성했던 A 씨 일당은 기존 수법에서 진화한 공동구매 빙자 신종 사기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불법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해 "신규 쇼핑몰 후기 작성 시 유명 브랜드의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한다"며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요청했다.

피해자들이 가짜 사이트에 가입해 리뷰를 작성하면 실제 상품권을 증정하고 포인트를 적립해 신뢰를 확보했다. 피해자가 작성한 후기를 칭찬하며 공동구매 팀미션으로 물 물건을 구매하면 35%의 수익 환급을 보장한다"고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초대했다.

A 씨 일당은 피해자 1명과 조직원 3명을 팀으로 구성하고 팀 단위로 냉장고 등 고가의 상품을 공동구매 하도록 유도했다. 조직원들은 피해자가 "대출까지 받았다. 금액이 부담돼 중도 이탈하고 싶다"고 토로하면 한 명이라도 제품 구입을 못하면 수익금을 못 받는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서울시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 오규식 경정이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공동구매 아르바이트 빙자 신종사기 범죄집단 일당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가짜 쇼핑몰 사이트 총 69개를 수시로 개설해 피해자 301명에게 88억원 상당을 가로챈 범죄집단 국내 총책 등 조직원 5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2024.1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피해자가 수익 환급을 요청하면 수수료 선입금과 소득세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이후 피해자들을 쇼핑몰 사이트에서 강제 탈퇴시키는 등 사전에 짠 각본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 만에 이뤄졌다.

피해자의 97%가 여성으로 대부분 가정주부 또는 학생으로 확인된다. 피해액은 8만 1000원에서 4억 1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국내 총책 2명과 함께 '유인 조직', '기만 조직', '대포 유심 공급 조직' 등으로 업무를 나누는 등 체계를 갖춘 범죄집단을 조직했다. 한 국내 총책은 사립 중학교 주무관 신분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69개의 가짜 사이트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개설했다. 서로 텔레그램만으로 연락하는 것은 물론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 대포폰, 대포통장만을 이용했다. 범죄 수익금은 해외총책이 가상자산으로 세탁한 후 조직원들에게 분배했다.

경찰은 일산, 인천, 경상도, 서울 등 각지에서 수시로 옮겨 다니는 콜센터 사무실 5곳에서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국내 총책 2명을 구속했다. 수사 과정에서 해외 총책의 보이스피싱 전력도 확인했다.

경찰은 "인터폴 공조수사 통해 해외총책을 국내 송환할 것"이라며 "기존엔 검찰이나 금감원 등 기관 사칭 형태의 보이스피싱이 많았지만, 공구·쇼핑몰·음악·영화 후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