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공부, 문제 채점" 일상 공유하는 고3…그 이면엔 '위안'

힘든 수험생활,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경험으로 승화
신 메타 인지 "수능 큰 시험 앞두고 SNS 활용해 불안감 낮춰"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수시) 떨어지면 유튜브 나락인데!"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수능이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인 유튜브에 검은 후드티를 입고 안경을 쓴 남학생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학교 TV 스크린을 뒤로 한 채 초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그의 등 뒤로 수시 전형 1단계 합격 전형 화면이 뜨자, 주위 친구들이 손뼉을 치며 축하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주인공은 전북 군산시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양해권 군(19)이다. 양 군은 고3이 된 지난 2월부터 수능을 6일 남겨둔 어제까지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앞서 소개된 수시 발표 현장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채점, 야자 끝나고 듣는 음악 감상 목록 등 고3이 아니면 마주할 수 없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일명 '고3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지를 풀고 채점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스터디 윗 미'뿐만 아니라, 양 군의 사례처럼 수시 발표의 순간을 담거나 수능을 앞둔 초조함, 불안함 등을 공유하며 다양한 콘텐츠로 또래와 소통하는 모습이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10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엔 오는 14일 수능을 앞두고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영상 콘텐츠가 적게는 몇천, 많게는 몇십만 수준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콘텐츠의 대다수는 적게는 5~6시간, 많게는 11~12시간에 달하는 공부 일상 보여주고 있었다. 수시 합격에 기뻐하거나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아 공책을 구기거나 면접 전형을 걱정하는 등 평범한 고3의 일상도 눈에 띄었다.

김 양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고3 브이로거들은 바쁜 시기에도 불구하고 틈을 내 촬영, 편집하는 이유를 묻자 "지금이 아니면 오지 않을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3 생활과 수능을 마냥 불안하고 힘든 시기로 여기기보다는, 영상 제작과 편집을 통해 한 번뿐인 수험 생활을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승화하기로 생각을 전환한 것이다.

양 군은 "10대의 끝자락인 지금 시절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영상을 만들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살며 강남구 쪽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 양(19)도 "인생에 한 번뿐인 대학 입시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며 "수능 이후 면접 준비, 최종 합격 발표 등도 함께 영상으로 찍어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영상을 만들고 또래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긴장을 풀고 공부 동기 부여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양은 "제 영상을 보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더 열심히 살고 싶어졌다는 메시지나 댓글을 받게 되면 편집과 촬영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며 "후배들이 팬이라고 응원 선물을 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양 군은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것 자체가 떨림을 완화해 주는 것 같다"며 "제 영상의 시청자는 또래가 많은데, 다 같이 긴장을 풀자는 의미에서 시간을 조금씩 쏟아 수능 직전까지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앞두고 젊은 세대가 브이로그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메타인지를 통한 불안 통제가 SNS 활용이라는 익숙한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게 아닌, 내가 지금 얼마나 잘하고 열심히 하는지를 평가하고 측정하는 게 메타 인지"라면서 "온라인 공간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자체의 활동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차원에서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험 자체, 그것도 수능이라는 큰 시험은 그 자체만으로 주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며 "불안감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리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메타 인지를 학습하려는 건 좋지만 수능을 목전에 뒀다면 자제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