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조두순 감시하는데"…성범죄자 이사, 지자체만 모르는 이유

안산시, 청원경찰 보고로 조두순 이사 파악…'박병화' 수원시도 언론 보고 알아
현행 법체계상 법무부와 경찰만 이사 정보 공유…"지자체에게도 공유해야" 지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11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조씨에게 야간외출 제한명령을 어긴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2024.3.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안산시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이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알려지면서 성범죄자 거주지 정보 공유에 지방자치단체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법무부는 출소한 성범죄자가 이사 등 거주지를 이동할 시 이를 수사기관인 경찰에게만 공유하고 있다. 지자체도 성범죄 재범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자체도 성범죄자 거주 관련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짐 오가고 있어" 청원 경찰 보고로 이사 알아…경찰도 보안 유지 이유로 공유 못해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조두순은 지난달 25일 기존 거주지에서 2km 떨어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해 거주 중이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출소 후 지금까지 안산시에서 살고 있다.

안산시는 조두순의 이사를 전날인 24일 시 소속 청원 경찰을 통해 알게 됐다. 3교대로 24시간 조두순의 집을 관찰하던 청원 경찰이 조두순이 사는 다가구 주택에서 짐이 오가는 정황을 포착하고 시에 보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산시는 경찰이나 법무부로부터 이사 관련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안산시가 조두순의 이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은 현행법상 조두순의 거주지 관리 법적 권한이 법무부에만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지자체가 24시간 순찰 및 경비 인력을 투입해 조두순 거주지 근처에 상주하는 것은 법적 권한에 따른 조치가 아닌, 시민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선제적 예방 조치다. 지자체도 조두순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조두순 등 성범죄자 주변에 경력을 배치하는 건 유튜버 주거침입이나 추가 범행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하는 차원이지, 신상 등록 대상자를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산시청 관계자도 "별도 매뉴얼이나 규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안전 관리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법무부와 경찰은 물론 지자체도 성범죄자 주거지 관리·감독에 참여하는 셈이지만, 지자체는 이사 등 관련 정보에서 소외되고 있다. 법무부가 치안 협력 차원에서 경찰에 성범죄자 이사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능하지만, 현행 법체계상 지자체에게는 정보 공유를 해줄 수 없다. 경찰이 지자체에 전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올해 5월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 온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의 경우, 수원시는 해당 사실을 언론 보도 후 파악하고 온라인 전입신고 사실을 확인 뒤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박병화는 경기도 일대에서 5년간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살다 2022년 10월 출소했다.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출소한 31일 오전 박병화의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화성시의 한 주택가 앞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성폭행 전과 10범 박병화 이사도 언론 보도로 파악…지자체에 정보 공유 원활해야

성범죄자의 거주지 문제는 이들이 출소하거나 이사를 할 때마다 매번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이들의 거주지 제한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이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 임기 종료로 폐기된 데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아직 계류 중이다.

'제시카법' 국회 통과가 요원한 상황에서 성범죄자 거주지 현황과 관련해 지자체가 계속 정보에서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자, 수원시는 지난 8월 성범죄자 거주지와 관련해 지자체도 정보 공유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무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법무부는 지자체에까지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면 형기를 마친 출소자의 거주 이전의 자유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형 또는 보안처분 집행 중인 대상자의 거주지 정보 등은 지자체에 제공할 수 없다"며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수원시 건의 사항 등을 포함하여 여러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논란이 된 성범죄자들의 경우 신상이 공개됐기도 하고, 지자체도 지역 안전을 책임지고 예방할 책임이 있다"며 "보완 입법을 통해 법무부가 지자체에도 관리 정보를 공유한다며 범죄 예방 및 시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