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에 가스라이팅 당했다"…단가 '뻥튀기' 공범 된 조카[사건의재구성]
수출용 김 단가 부풀려…NH농협무역 약 150억 손해
피고인 "외삼촌은 해외 도주하면서 날 외면" 울분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남자가 왜 이리 겁이 많아."
김 모 씨는 지난 2018년 7월쯤 퇴사를 결심하면서 사장인 외삼촌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위와 같은 외삼촌의 험한 말과 폭행이었다. 외삼촌이 차린 회사는 NH농협무역과 계약을 맺고 중국으로 조미 김을 가공해 수출하는 회사였다.
김 씨는 지난 2014년 가족 모임에서 외삼촌을 19년 만에 만났다. 이 씨는 조카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 일단 이 씨는 사업자명은 본인의 이름이 아닌 신 모 씨라는 가명을 썼다. 이 씨는 조카에게 "중국에서 사업용 가명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을 회사에서 외삼촌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다.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사무실에 출근했고, 조카이자 본부장이었던 김 씨를 통해 회사 업무 관련 지시를 내렸다. 김 씨는 이러한 지시대로 움직였다.
김 씨는 회사에 갑자기 자금이 부족할 경우 자기 돈으로 메꾸기도 했다. 이 또한 외삼촌인 이 씨의 지시였다.
이 씨의 회사는 한 마디로 수출용 김의 단가를 부풀려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이 씨는 직원들에게 단가가 고가인 이유를 "통관비와 중국 내 운송비가 포함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이 씨의 회사가 NH농협무역에 끼친 손해는 150억 원에 달한다. NH농협무역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1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주요 공범에게 합의 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결국 피해 회사인 NH농협무역으로부터 고소당하면서 외삼촌은 해외로 도주했다.
김 씨는 법정에서 "내가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동안 외삼촌은 해외로 도주했고, 조카인 나를 외면했다"며 "이 씨가 잡혔을 때 어머니와 나는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씨의 가스라이팅에 판단력을 잃었다"며 "본의 아니게 큰 피해를 줘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합의부의 심리로 열린 김 모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피해 규모를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12월 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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