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공학을?"…들끓는 동덕여대[르포]

학생들 "학교 대표 구호 '민주동덕'인데…여학생 목소리 위축 우려"
입학 정원 감소로 공학 전환 고민…"지금, 현재 여대가 왜 필요한지 고민해야"

8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총학생회 나란이 내건 공학 전환 철회 촉구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4.11.8/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은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요, 대학을 구성하는 여성의 지위를 상실케 한다."

8일 낮 12시쯤 찾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인문관에는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오는 12일 진행되는 교무위원회의에서 남녀공학 전환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구체적 논의가 아닌 여러 발전 아이디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교정에서 만난 동덕여대 학생들은 '공학 전환'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여학생 목소리 축소 우려…"요구사항은 안 들어주고 엉뚱한 논의"

동덕여대 재학생 하 모 씨(여·22)는 "우리 학교 대표 구호가 '민주 동덕'인데 우리에게 아무런 사실을 말하지 않고 바꾸려고 시도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 씨는 학교가 공대 신설과 교수 증원 등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들어주지 않다가 엉뚱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 수면실에 어떤 남성분이 오셔서 멋대로 취침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시위했는데 그런 것들은 들어주지 않다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성차별적 문화가 남아 있는 사회에서 공학으로 전환되면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축소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총학생회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에게 여자대학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준다"며 공학 전환을 반대하기도 했다.

재학생 A 씨(여·21)는 "공학을 다니는 친구의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보면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적 발언들이 아직 너무 많다"며 "공학으로 전환하면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여대의 장점이 많다는 재학생 B 씨(여·21)는 "여자대학은 학생회장도 언제나 여학생이고 여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수업이나 일상에서 페미니즘에 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공학이 되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대, 입학 정원 감소로 공학 전환 고민…"여대는 검열 없는 자유로운 사유 가능한 공간"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는 최근 본격 논의되는 분위기다. 다만 공학 전환은 학교의 발전 계획을 고민하면서 나온 여러 의견 중 하나일 뿐 전환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교무위원회도 남녀공학 전환만 논의하는 게 아니라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며 "발전된 게 없기 때문에 철회까지는 이르다"고 해명했다.

앞서 여대의 공학 전환 고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성신여대도 공학 전환을 언급했다가 학생들의 반대로 사과한 바 있다. 현재 전국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를 비롯해 7곳만 남았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대의 공학 전환에 관한 고민은 동덕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금, 현재 여대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9명이 여학생이고 1명만 남학생인 수업에서도 여학생들은 자신의 발언을 검열한다"며 "남성의 시선이나 판단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발화와 사유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아직 여대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