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줄줄이 멈춰 선 강남 빌딩…지하엔 '650억 규모 도박장'(종합)
CCTV 통해 출입 엄격히 통제…고객들, 억대 판돈 걸기도
경찰, 배달 음식 들어가는 때 노려 현장 급습…2억500만원 압수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강남 한복판에서 해외 카지노 생중계 영상을 틀어주며 650억 원 규모의 회원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실제 카지노 근무 경력이 있는 딜러들을 고용하고 내부를 호텔처럼 꾸미는 등 유명 카지노처럼 연출해 회원들을 끌어모았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 수사1계는 최근 관광진흥법 위반 상 유사행위 등 금지, 도박 장소개설 혐의를 받는 총책 A 씨(56)를 구속했다. 도박 방조 혐의를 받는 B 씨(41) 등 딜러 종업원 20명과 도박에 참여한 손님 13명도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여러 차례 도박 전력이 있던 A 씨는 2018년 마사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살고 난 뒤 출소, 도박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어울리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에서 불법 도박장을 개업했다. 이후 올해 8월까지 역삼동, 신사동 등 빌딩 사무실을 3차례 옮겨가며 650억 원 규모의 회원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모니터로 필리핀 호텔 카지노의 도박 장면을 고객들에게 생중계 해주고 실제 카지노 출신 전문 딜러를 고용하는 등 호텔 카지노 분위기를 연출해 도박꾼들을 모았다.
고객들은 영상이 조작됐을 경우를 대비해 실제 필리핀에 지인을 보내 손을 흔들게 하는 등 생중계 여부를 확인한 뒤 돈을 건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들의 연령대는 40~50대가 주를 이뤘으며 인당 최대 4억 원까지 판돈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장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통제된 방식으로 운영됐다. 도박장은 지인 추천 등을 통한 회원만 입장할 수 있었으며, 회원들은 입구 2곳으로 나눠서 들어갔다. 건물 외부엔 사설 CC(폐쇄회로)TV를 여러 대 설치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됐다. 이들은 14개월 동안 단기 임대 형태로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단속을 회피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강남 한복판에서 해외 카지노와 연계한 회원제 불법 도박장이 운영된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 8월 카지노가 있는 사무용 건물에 잠복해 대기하다 배달 음식 등이 들어가는 때를 노려 현장을 급습해 검거했다. 경찰은 카지노 현장, A 씨 차량 속 금고 등을 단속해 현금 2억 500만 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카지노 영상 사이트 본사 운영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도박 사이트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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