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취미·휴식 대신 임장"…비혼 선언한 그녀들 '부동산 열공'
살 집 보러 다니는 '임장 스터디' 유행…"혼자 살기 위한 재테크"
1인 여성 가구 부동산 교육 시장 주고객 급부상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평생 혼자 살려면 집 한 채쯤 있어야지."
지난 3월부터 부동산 임장 스터디를 시작한 정 모 씨(여·35)는 동네 분위기와 매물 가격을 기록한 임장 보고서까지 작성하며 매주 집을 보러 다닌다. 비혼을 선언한 그는 '평생 혼자 살 집'을 구하고 있다.
임장은 현장을 둘러본다는 뜻으로 부동산을 사려고 할 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탐방하는 것을 말한다.
정 씨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혼자 살기'로 결심한 만큼 노후를 위한 재테크 목적도 강하다. 그는 "임장을 다니면 실제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동네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다"며 "내가 직접 살 집이기 때문에 실제로 살게 되면 어떨지 분위기를 꼼꼼히 살피는 편"이라고 말했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 씨를 비롯해 임장 스터디를 꾸리는 등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20~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30대 후반 여성 A 씨는 "청약에 당첨된 1인 가구 지인을 보고 '나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돈이 생활에 밀접한 게 느껴져서 부동산 등 경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임장 스터디는 동네 분위기를 보러 가는 '분위기 임장'과 실제 입주를 목적으로 보러 가는 '매물 임장'으로 나뉜다. 여성들은 실제 거주할 생각으로 임장을 다니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집 위주로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A 씨는 유튜브와 유료 부동산 강의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임장 스터디를 다닌다. 그는 "분위기 임장할 땐 공인중개사를 찾진 않는다"며 "구매 의사가 있으면 공인중개사에게 구매할 수 있는 금액대를 보여달라고 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젊은 여성들의 임장 스터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39세 여성 1인 가구는 △2021년 110만 8202명 △2022년 115만 4016명 △2023년 119만 411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삼십 대 여성들이 부동산 교육 시장의 주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5~8명 규모의 유료 임장 스터디를 운영하는 30대 남성 B 씨는 2020년부터 급등한 집값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소외 불안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으로 부동산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진 것도 2030의 관심도를 높였다.
B 씨가 운영하는 임장 스터디는 2030 젊은 세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B 씨는 "체감상 여성분들의 비율이 살짝 더 높은 편"이라며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2030이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재테크도 1인 가구 여성의 풍족한 생활을 위해서 중요한 사항"이라며 "집을 나중에 사도 된다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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