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좁은데, 어떻게 피하나"…서울 곳곳 역주행 사고, 커지는 불안
"자연재해처럼 못 피해"…시민들 "도로서 멀찍이"
예방 위해 직관적 표지 필요…'안전 펜스' 강화
- 김종훈 기자
"역주행은 자연재해 같은 거죠."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버스 운전 경험이 있는 김민수 씨(23·남)는 지난 2일 강남 테헤란로에서 발생한 역주행 8중 교통사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역주행은 자연재해처럼 예방도 힘들고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반사신경이 대단히 뛰어나지 않은 이상 역주행 차량을 피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가뜩이나 좁은 서울 시내 도로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계속 반복되는 역주행 사고에 시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 사고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강남 한복판에서 또 역주행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신 모 씨(23·여)는 "신호등을 기다릴 때도 차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서 대기하는 친구도 있다"며 "점자블록 안쪽에 서 있어도 차량이 올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역주행 사고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강원 영월군의 한 터널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역주행하며 건너편에서 주행 중이던 승합차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숨지고 일가족이 다쳤다.
지난달 7일에는 40대 운전자가 인천 부평구 제1경인고속도로 부평IC 서울 방향 나들목을 역주행하다 정상 운행하던 승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를 뒤따르던 차량 6대가 연이어 추돌하며 1톤 트럭을 몰던 60대 운전자가 숨졌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역주행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도로표지판 등 교통환경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는 역주행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면 표지나 교통 표지판을 확충해 한눈에 진행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면 색깔 유도선도 더 많은 도로로 확대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현재 설치된 대부분의 안전 펜스는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용도"라며 "시청역 사고 이후 차량을 막을 수 있는 'SB1' 등급의 펜스를 도입 중인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B1은 일반 승용차보다 5배 무거운 8톤 트럭이 시속 55㎞로 15도 각도에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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