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6주 낙태, 출산 후 방치해 태아 사망…수술비 900만원"

초진 '태아 건강' 기록 확보…당일 제왕절개 수술 받아
브로커 알선 다른 사건도 확인…화장 대행업자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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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경찰이 '36주 차 임신 중단(낙태)' 수술 직전 산모가 지방 병원 2곳에서 초진을 받았으며, 출산 전까지 태아가 건강한 상태로 살아 있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1일 오후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살인 혐의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산모가) 초진을 받은 병원에서 특이소견 없이 태아가 건강했다는 걸 확인했다"며 "의료자문 결과도 아기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당시 산모 A 씨가 임신을 알게 된 후 낙태할 의도를 갖고 여러 군데 병원을 돌며 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가 처음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에 나온 병원들이 실제 초진을 받은 곳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의 초진 기록상에 당시 임신 36주 차였으며, 아기가 건강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각 병원에서 낙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A 씨의 지인이 문제의 병원을 소개시켜 준 브로커를 알아봐 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해당 병원에 방문한 당일 어렵게 구한 900만 원으로 수술 비용을 지급하기로 협의한 후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의료진이 갓 출산한 아기를 대상으로 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경찰은 "아기가 태어난 후 상황에 대해 의료진들의 진술이 다르다"면서도 "만약 아기가 (산모 뱃속에서) 죽어서 나왔다면 산모에게 위험한 만큼 응급 수술을 해야 할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집도의 심 모 씨와 병원장 윤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3일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고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36주 차 태아 낙태살인 △병원 알선 브로커 △태아 화장 대행 문제 등 3가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A 씨에게 해당 병원을 소개해 준 브로커는 다른 산모에게도 알선한 정황이 확인돼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태아 시신 화장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장에 사전 신고가 있었는지 등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