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인데 수상해"…필리핀서 마약 30만명분 밀반입한 남성(종합)
밀반입한 A 씨 비롯해 유통책·운반책 등 총 4명 구속 송치
투약자 자수로 수사 시작…"의심 피하기 위해 가족 동행"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필리핀에서 국내로 필로폰·케타민 등 30만 명에게 동시 투약 가능한 마약류를 밀반입하고 유통한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강남경찰서는 29일 해외에서 필로폰·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A 씨(33·남)와 이를 국내에 유통한 B 씨(45·여) 등 2명, 판매를 위해 마약을 운반한 K 씨(21·남) 등 총 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검거하고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강남의 유흥업소 접객원 L 씨(23·여)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0일 송치됐다.
A 씨 등 4명은 총책 지시를 받아 각자 역할을 분담한 후 경기도와 충청도, 경상도에 은신처를 마련해 마약류를 전국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밀반입책인 A 씨가 처·자녀들과 가족여행을 가장해 필리핀으로 출국한 후 현지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국내로 들여오면 B 씨 등 유통책은 이를 1g씩 소분해 개별 포장하고, 운반책(일명 '드라퍼') D 씨가 서울·경기·충청 등 주택가 등지에 '던지기 수법'으로 은닉해 판매했다.
A 씨 등 4명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모집됐다. 이들은 서로가 단절된 채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인 총책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역할을 수행했다.
9월 10일 L 씨가 자수를 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L 씨의 진술을 토대로 운반책인 K 씨를 특정해 추적했으며, 수원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K 씨가 받은 필로폰의 출처를 추적했고, 경주에서 B 씨 등 2명을 유통책으로 특정해 주거지에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유통책이 마약류를 가져온 곳을 추적한 결과 경주 야산 인근에서 필로폰 등 마약류가 들어있는 배낭을 회수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배낭을 두고 간 밀반입책 A 씨의 차량을 확인했으며, 천안에 있는 주거지를 급습해 검거했다.
가족 동반 여행으로 가장해 마약을 밀반입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은 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를 검거했을 당시 집 안에 수십 대의 휴대전화가 설치돼 있었고, 중계기가 작동되고 있었다"면서 "(가족도) 이미 알고 범행을 한 것이라 보고 있다"며 A 씨의 아내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 씨의 국내 마약 반입 경로와 관련해 경찰은 "필리핀에서 들어올 때 항공대 검색대 엑스레이를 거치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선 선택적 검색을 한다"며 "A 씨의 경우 자녀들 손을 잡고 배낭을 메고 들어오면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가방에 마약을 숨기기 위해 나머지 공간에 바나나칩·망고칩 등을 채워 넣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643㎏과 케타민 803g 등 3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량의 마약(35억 원 상당)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4차례 밀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시중에 미처 유통하지 못한 필로폰 3.18㎏과 케타민 803g 등 마약류(18억 원 상당·14만 명 투약분)를 압수했다.
아울러 71개소의 필로폰 은닉 장소 정보를 확보해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며, 58개소에서 58g(1g씩 58개)의 필로폰을 회수했다.
경찰은 아직 검거하지 못한 상선과 운반책, 매수·투약자들을 계속 검거하고, 범죄수익금의 향방을 추적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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