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왜 못찍게 해?"…'몰카' 준비하는 뿔난 신부

업체 "디자인 유출 우려로 사진촬영 금지 관행 생겨"
"SNS에 몰카 사진 올리면 계약 위반, 손해배상 가능성"

26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웨딩타운의 드레스샵에 웨딩드레스가 전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2024.1.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결혼을 앞둔 새신부 A 씨는 얼마 전 소형 카메라를 구입했다. 자신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몰래' 찍기 위해서다. A 씨는 "이런 소형 카메라는 보통 불법 촬영 범죄에 사용되는 걸로 알고 있어서 꺼림칙했다"면서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못 찍게 하니까 주변에도 몰래 찍는 지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웨딩드레스 업체들이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못 찍게 하면서 소형 카메라를 구매하는 신부까지 등장했다. 신부들은 웨딩드레스 여러 벌을 입어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고 싶지만, 사진을 못 찍으니 몰래 찍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 못 찍으면 결정 힘들어" vs "제작실에서 직접 디자인하는 드레스라 안 돼"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신부들은 결혼식 전 '드레스 투어'를 하며 웨딩드레스를 입어본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드레스 업체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하나 씨(여·37)는 "몇천만원짜리 에르메스도 사진도 찍고 가격 비교할 수 있는데 관행이라고 당연히 여기는 게 이상한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B 씨(여·32)는 "드레스 투어하면서 드레스가 어울리는지 보고 싶어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며 "둘러본 드레스 업체 3곳 중 1곳은 사진을 못 찍어서 입을지 말지 고민할 때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웨딩드레스 업체는 디자인 유출 문제 때문에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계약할 생각 없이 입어보기만 하는 등 기존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웨딩드레스 업체는 "제작실에서 직접 디자인하는 드레스여서 사진 유출을 조심하고 있다"며 "(신부들이) 몰래 찍는 걸 모를 수가 없는데 적발되면 피팅(시착) 진행을 안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드레스를 고를 생각이 없는데도 업체를 돌아다니면서 입고 유출하는 사태들이 있는 것 같더라"며 "찍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자연스럽지만, 제도나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몰래 찍은 사진 SNS에 유출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도

소형 카메라 등을 사용해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몰래 찍는 것 자체는 민·형사상 처벌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웨딩드레스 디자인이 드러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계약 위반으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신부 본인이 본인 몸을 찍는 거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문제 될 건 없다"며 "계약상 촬영이 금지된다고 돼 있음에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는 등 외부에 유출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몰래 찍은 사진을 개인이 소장하기만 한다면 민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양 변호사는 "웨딩드레스 디자인이 사전에 동의받지 않고 촬영돼서 외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손해배상까지 가기 어렵다"며 "계약 위반이긴 하지만 개인 소장만으로 물질적 피해를 보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