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급 구조 못한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고속도로 뛰어다니며 밥 먹었다

사고 당일 스키스쿨 감독 "아이들 호흡 없다"만 반복
선수들 사용 숙소 약속한 곳과 달라…"다른 팀에 숙소 임대했다"

(서울=뉴스1) 이승아 기자 = 최근 뉴질랜드에서 교통사고로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와 코치 3명이 사망했다. 사망 선수의 가족은 사고 직후 '선수들에 대한 응급 구조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개인 훈련을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으며 사고 당일 훈련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는 현지시간 8월21일 오후 3시경 일어났다. 뉴질랜드 한 스키장에서 훈련을 마친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승합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던 중 아오라키 지역 7번 국도에서 맞은편에서 오던 사륜구동차와 정면충돌했다. 사고 승합차에는 선수 3명과 코치 1명, 총 4명이 타고 있었고, 스키 장비를 비롯한 짐이 가득 실려 있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달려갔는데 차 안에 스키 장비와 선수들이 엉켜 있어 손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사고현장을 목격한 선수와 코치의 증언이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고 김상서 선수의 아버지 김창수 씨는 사고 당일 "(스키스쿨 감독 이씨가) '상서가 호흡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정확한 사고경위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뉴질랜드 교통사고로 숨진 선수들의 빈소가 차려졌다. (故김상서 선수 유족 제공)

이동 시 짐과 아이들 분리 부탁했는데…사고 당시 아이들 짐에 깔려 구조 못 해

"스키 장비가 매우 많다. 아이가 중학생 때 이 팀(이 감독이 운영하는 스키스쿨)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감독이) 스키 장비를 아이들 키 높이까지 실은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녔다. 위험한 처우를 개선 해달라고 2년을 얘기했는데 '알았다'만 반복하고 지켜지지 않았다"

故 김 선수의 아버지가 감독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짐을 분리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감독은 요구한 것은 트럭 한 대.

김 선수 아버지는 자신이 쓰던 트럭을 감독에게 기부한 후 짐과 아이들 분리를 약속받았다. 하지만 뉴질랜드 교통사고 현장에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 선수 아버지는 "(학부모가 없는) 외국에서 아이들을 짐차에 태웠다"며 "아이들이 짐하고 얽혀 사고 현장에서 1시간 이상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10여 년 된 7인승 승합차, 감독은 7인승 SUV를 탔다"며 "감독과 감독 부인, 감독 아들 그리고 여자 선수 1명 이렇게 4명은 SUV를 타고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故 박준우 선수(20세)

선수들 사용 숙소 약속한 곳과 달라…"다른 팀에 숙소 임대했다"

"우리 아이랑 통화를 했는데…'밥을 먹으러 뛰어간다'고 하더라"

훈련하러 간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든 것은 차 속 짐 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약속받은 숙소와 다른 곳을 사용하고 식사를 위해 고속도로를 걸어야 했다.

김 선수의 짐을 찾으러 숙소에 들른 김 선수 아버지. 아이들의 짐이 널브러져 있는 그곳은 훈련을 떠나기 전 약속한 숙소가 아니었다.

원래 사용하던 곳의 위치를 묻자 알려주지 않아 다른 팀 코치에게 물어 방문한 숙소는 그곳과 2.2km 떨어진 곳이었다.

선수들은 식사할 때마다 약 2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다녀야했다. 문제는 거리가 아니었다.

김 선수 아버지는 "(2km 넘는 거리) 대부분이 고속도로 구간이었다"며 "큰 차가 과속으로 많이 다니는 곳인데 아이들은 그 구간을 뛰어다니며 밥을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숙소를 사용한 선수는 고 박준우 선수, 고 김상서 선수와 또래 고등학생 선수 2명, 중학생 1명, 초등학생 2명으로 총 7명. 이들은 왜 약속된 숙소를 이용하지 못했을까.

김 선수 아버지는 "(스키 스쿨 감독이) 다른 팀에 아이들이 쓸 숙소를 임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알파인스키팀 레이싱 스쿨 감독 이씨에게 사실 관계를 묻고자,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故 김상서 선수(17세)

seunga.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