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뻔" 30대 승객, 택시 기사 고소했다가 무고죄 처벌, 무슨 일이

[사건의 재구성] 집으로 가는 길에 택시가 추격 주장…CCTV선 기사 폭행 장면이
"괘씸해서 고소한다" 고소 이유에…검찰 조사서 '사죄 의사' 표해 무고죄로 처벌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택시에 치일 뻔했다니까요?"

2023년 11월 1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민원실에 30대 남성 유 모 씨가 찾아와 택시 기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얼마 전 새벽 귀갓길에 이용한 택시 기사가 급후진을 해 자신을 들이박으려 했다는 것이다.

유 씨는 그 이유를 택시 요금 결제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넷 문제로 결제가 안 되자 유 씨는 택시 기사에게 와이파이 공유기가 있는 집에 가서 요금을 보내겠다고 제안 후 집으로 뛰어갔는데, 그 순간 기사가 차를 몰고 전봇대를 박은 후 자신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유 씨의 호소가 무색하게 법원은 그에게 무고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날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2023년 10월 13일 새벽 3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리사로 일하던 유 씨는 서울 용산구에서 70대 운전기사 A 씨가 모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유 씨는 택시에서 내린 뒤 그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고 A 씨는 택시를 타고 그를 쫓았다. 그 과정에서 A 씨는 전봇대를 들이박기도 했다.

유 씨는 자신을 뒤쫓아온 A 씨가 비난을 퍼붓자 격분해 그를 손으로 밀치고 발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5, 6번 경추가 골절되고 경부 척수가 손상되는 등 전치 8주의 상해의 피해를 입었다.

A 씨는 유 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유 씨는 A 씨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에 A 씨는 유 씨가 거짓말을 한다며 무고 혐의로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채택된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본 결과, 유 씨가 A 씨의 형사 처벌을 바라는 마음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A 씨의 택시가 급후진하며 유 씨를 쫓은 건 맞지만 실제로 들이박으려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고, 유 씨가 어느 정도 도망을 간 상황에서 택시가 쫓아갔기 때문에 유 씨가 위협받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 씨가 작성한 고소장 내용 및 검찰 조사 시 했던 발언도 무고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유 씨는 고소장에 "나를 고소한 A 씨가 괘씸해 그를 고소한다"고 적어놨으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CCTV 영상을 보며 그를 고소한 것에 사죄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제 11형사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유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상해 범행에 대해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점, 2020년부터 1년간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치료받았는데 해당 정신 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