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임재 전 서장, 금고 3년…"별도 대책 세웠어야(종합)

재판부 "참사 전체까진 아니라도 군중 밀집 일반 사고 예견할 수 있었다"
이임재 "유가족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항소 계획 묻자 "법원 존중"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159명의 사망자를 낸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금고 3년을 선고 받았다. 2024.9.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유수연 기자 = 159명의 사망자를 낸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축제를 맞아 군중이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군집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치안 유지라는 구체적 임무가 부여된다"면서 "대규모 인명 사상이라는 참사 결과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일정 방면 군중 밀집에 의한 일반 사고는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예견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어 "인파 집중을 예방 통제하고 이를 관리할 경비 기능(담당 경찰관)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별도로 경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인파 위험성 등 정보 수집이 필요했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정보관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 전 서장에게 적용된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 등 대응 조치 시행 시각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전 서장이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서장은 2022년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해당 지역의 치안 책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로 통제, 경력 배치 등 안전사고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이와 관련해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 주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외에도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조작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도 있다. 또한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참사를 늦게 인지한 것처럼 허위로 조작하고 서울 경찰청에 경비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서장과 같이 재판에 선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금고 2년을,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실장은 당일 상황 관리관으로 실효적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 대응책임이 인정된다"며 "시시각각 사고 위험 증대하는 현장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지만 안일한 인식으로 참사 결과를 초래했다. (박 팀장도) 심각성을 외면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지만 중간관리자에 불과할 뿐 최종 의사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했다"라고 말했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과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겐 "파출소 폐쇄회로(CC) TV 등과 상황 보고서를 이 전 서장이 맨눈으로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는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고 고의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가 끝난 직후인 오후 2시44분쯤 법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서장은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소 계획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할 말을 묻자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했다. 차에 올라타는 이 전 서장에게 보라색 조끼를 입은 일부 유가족들이 "구속하라" 등을 외치며 달려가기도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서부지법에선 이 전 서장뿐만 아니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선고도 진행한다. 박 구청장은 코로나19 후 마련된 첫 핼러윈 날 행사임에도 인파 관리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