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미래 100년 위해 경찰서 중심 치안시스템 개편"

"지역 경찰 활동 DNA 부활시킬 것…변화 조짐 보인다"
"리더? 원칙 세우고 책임지는 자리…떠넘기지 않을 것"

편집자주 ...조지호 경찰청장(56·경찰대 6기)이 취임 50일을 앞두고 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청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였던 이전 경찰 총수들과 달리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카리스마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의료계 블랙리스트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조 청장이 14만 경찰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그의 비전과 철학을 톺아봤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찰서가 만들어지던 본격적인 시기는 100여 년 전이다. 교통이나 통신 등 당시 환경에 만들어진 최적의 제도다. 100년 동안 경찰서 중심으로 치안이 잘 유지돼 왔지만, 치안 여건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세계 최고 치안 수준을 지금 시스템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해 가야 한다."

(서울=뉴스1) 인터뷰=서명훈 사회부장 정리=이기범 기자 = '2대 8' 가르마에 푸른색 경찰복. 한결같은 모습이지만, 어깨 위의 계급장은 무거워졌다. 무궁화가 빼곡히 늘어가는 동안 조지호 경찰청장(56·경찰대 6기)은 한결같이 경찰 시스템의 변화를 말해왔다.

조 청장은 경찰청 차장 시절부터 경찰 조직 개편의 틀을 짰다. 그리고 서울경찰청장을 거치면서 개편된 조직을 직접 운영했다. 핵심 키워드는 '예방 중심 경찰 활동'이다. 지난달 12일 경찰청장 취임사에서도 "예방 중심 경찰 활동을 강화해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다가올 100년 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신고받고 출동하는 기존 경찰서 중심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구대·파출소 고비용·저효율…지역 경찰 DNA 복원해야"

조 청장은 지난해 연이은 이상동기범죄를 계기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중심의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2월 전국 28개대 2668명으로 구성된 기동순찰대와 전국 43개 권역 1335명으로 꾸려진 형사기동대를 신설했다. 관리 업무 인력을 감축해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같은 범죄를 '예방'하는데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전국 시도경찰청에 신설된 기동순찰대는 다중밀집 장소, 공원·둘레길 등 범죄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돼 예방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시도청과 경찰서 강력팀에서 빠진 인력으로 전환 배치된 형사기동대는 유흥업소 등 우범 지역에서 예방 활동을 벌이고 조직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시도경찰청 간 공조 시스템으론 부족하고, 광역 단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기동순찰대를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든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 청장이 꿈꾸고 있는 미래 경찰 시스템을 직접 들어봤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현장 인력 현장 인력 약화와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한 내부 불만도 나왔는데.

▶전제가 잘못됐다. 경찰에 있어서 현장은 경찰 국민들과 만나는 지점이다.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지역 경찰인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만들면서 지역 경찰은 건드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장 인력 늘어난 거다. 관리 인력을 줄여 3000여 명을 현장으로 보내 국민들을 만나게 한 거다.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 광역정보팀을 만드는 이유는 경찰서 중심의 치안 시스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찰서 간 공조·협력 시스템을 넘어 광역화를 통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현재 112 신고만 받아 처리해 주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주민들과 접점을 높여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지역 사회 경찰 활동 DNA를 복원하기 위한 마중물로써 기동순찰대 등 별도의 팀을 둔 거다. 어떤 방식의 치안 시스템이 효율적인지는 내부 직원이 아닌 국민을 기준으로 논의해야 한다.

-경찰 내에서는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서를 통폐합할 거라는 얘기도 나왔었다.

▶그런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를 줄이고 통폐합하는 문제는 국민들의 심리적 치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적인 치안으로만 얘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 치안은 통계적으론 세계 최고지만, 국민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갖고 있다. 서울 경찰서 통폐합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성급하게 하면 국민 심리 치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예방 중심 경찰 활동'은 실적이 나오는 검거와 달리 예방 활동 성과를 수치화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연히 고민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대표적인 공공재다. 계량화, 수치화할 수 있다면 아웃소싱해도 되는 거다. 주객이 전도된 부분이 있다. 실질적인 활동으로 승진도, 포상도 받아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돼 평가 (공적 평가) 시스템에 활동을 맞추는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 예방 활동의 결과가 없더라도 과정에 주목해 평가하고자 한다.

결과가 좋더라도 단순히 수동적으로 신고받아 조치한 일보다 예방 순찰 중에 적극적으로 조치를 한 부분이 더 큰 포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진 제도에 마일리지 방식을 도입했다.

일한 만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평가 요소를 바꿀 거다. 평가 요소 조정 작업을 실무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경찰청장을 필두로 인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원칙적으로 하는 걸 보여주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리더, 원칙 세우고 책임지는 자리…"도망가거나 책임 떠넘기지 않을 것"

조 청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였던 이전 경찰 총수들과 달리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카리스마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청장 내정 직후 내부에서는 ‘벌벌 떠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원칙과 책임을 앞세울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리더십에 대한 철학은?

▶하나는 원칙이고, 하나는 책임이다. 어떤 선택, 결정을 할 때 사안의 원칙, 본질적 내용이 뭐냐 이것만 고민한다. 또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고, 직원들한테 미루지 않고 책임을 지면 된다. 관리자는 이 역할만 하면 된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직원들이 일하다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해 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나서서 책임져주면 된다. 원칙에 따라서 판단하고, 판단한 내용에 대해선 책임을 지면 된다.

-기존에는 경찰청장 보고에 과장급이 들어갔지만, 국장급 보고 체계로 바꿨다.

▶경찰의 중요 정책은 청장과 최종 책임자인 국장이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 과거 시스템은 과장이 중간에 메신저가 돼 운영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비효율적이고, 왜곡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과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메신저 역할도 해봤고, 국장도 해봤지만 답답함을 느꼈다. 경찰청장이 정책 최종 책임자인 국장과 직접 얘기하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효율적이다.

-비교적 큰 재해·재난 없이 여름이 무사히 지나갔지만 이태원·오송 참사에 대한 사회적 상흔이 깊다. 재난 현장에 대한 경찰의 대응력 확충 어떻게 할 계획인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를 겪으면서 경찰을 포함해 정부의 많은 재난 대응 시스템이 바뀌었다. 오송 참사 이후 1년 이상 큰 사건·사고가 없다. 제가 보기엔 경찰을 포함한 정부의 예방 시스템이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경찰로 좁혀서 보면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대응 감수성이 달라졌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 행사가 예정된 경우 경찰이 지자체와 미리 협조하고 주최 측과 협조하고, 행정 조치를 하는 밀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부분들이 모여 대형 사고를 막는 거라고 생각한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