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대학가 '파란색 물결'에도 "연고전 특수 없다"…상인들 '울상'
상인들 "올해 유난히 장사 안 돼…상추 13만 원"
"학생들 술 많이 안 마셔…공짜 술도 사양"
- 유수연 기자
"이걸 붙인다고 사람들이 올까?"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백 모 씨(여·71)는 냉장고 문에 '빛나는 연세·빛나는 승리'라고 써진 현수막을 붙이는 아들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10년 넘게 신촌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아들은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날 백 씨는 오후 5시가 될 때까지 손님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2024 정기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친선경기 대회(연고전)'가 지난 27일 개막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해는 '연고전 특수' 조짐이 없어서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는 파란색으로 가득했다. 연세로를 따라 파란색 연고전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고, 파란 옷을 입은 학생들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20년 넘게 대학가에서 고깃집을 운영한 채대양 씨(남·69)는 "처음에 (신촌에) 왔을 때는 연고전 기차놀이(학생들이 식당·주점에서 구호를 외치면 술과 안주 등을 무료로 내어주는 문화)가 아주 대단했다"며 "학생들이 정신없이 가게로 밀려 들어왔었는데, 가면 갈수록…"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채 씨는 올해 연고전 때는 단체 손님을 받아서 매상이 조금 오를 것 같다고 미소를 짓다가도 "올해는 유난히 장사도 덜 되고 (불경기가) 심하다"며 "지금 배추 한 포기에 2만 원이고 김치도 날마다 1000원씩 오른다"고 토로했다.
백 씨는 "6월부터 사장이 하루에 한 푼도 못 가져갔다. 작년에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힘들다"며 "오늘은 상추가 13만 원이더라"고 울상을 지었다. 백 씨는 기자에게 "왜 이렇게 힘든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신촌 상인들은 학생들이 예전만큼 술을 마시질 않아 연고전을 해도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곱창집 직원 양정애 씨(여·50)는 "학생들이 옛날하고 다르다. 술을 많이 안 먹는다"며 "애들이 학교 다니는 기간에도 매출이 보충이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고전 때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내주려고 술을 조금 더 주문한다는 이상두 씨(여·60)는 "코로나19 전에는 새벽 4시까지 마셨는데 요즘은 12시면 손님이 끊긴다"며 "올해 연고전은 술 회사에서 지원도 안 해주더라"고 말했다.
10년 정도 신촌에서 곱창집을 운영한 주대우 씨(남·46)는 "학생들이 점점 기차놀이를 안 한다"며 "두 병을 줘도 한 병만 받겠다는 식으로 미안해한다"고 말했다. 주 씨는 연고전이라고 학생들이 많이 오진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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