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 월 1% 수익 보장"…4년간 1110명 속아 905억 날려

'아트테크' 앞세워 투자자 모집…16억 날린 피해자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아트테크'를 내세워 약 905억 원을 편취한 미술품 투자 사기 업체 일당 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갤러리 회장 40대 남성 A 씨 등 1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A 씨를 비롯해 갤러리의 사장과 대표 총 3명은 지난 8월 20일 구속돼 29일 송치됐고, 영업 매니저 등 11명은 9월 13일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A 씨 일당은 "미술품에 투자하면 해당 미술품의 전시·임대·PPL 등으로 수익을 창출해 원금과 월 1%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했다. 이런 수법으로 지난 2019년 6월 3일부터 2023년 10월 19일까지 피해자 1110명으로부터 약 905억 원을 수신 및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2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대부분 30~40대였다. 가장 큰 피해 금액은 약 16억 원이다.

경찰이 압수수색 한 A 씨 일당의 수장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피의자들은 미술품 구매자들이 실물을 인도받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미술품 구매와 동시에 갤러리가 위탁보관하면서 전시·임대 등 수익 활동에 활용된다고 속였다.

해당 갤러리는 별다른 수익이 없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 명목으로 판매 대금의 1%를 지급하고 이미지 파일 형태로 작품 촬영본을 공급받았다. 일당은 미술품 구매자들이 실물을 인도받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이미지 파일을 보여주며 갤러리에서 실제 보유한 그림인 것처럼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전시·임대·PPL 등 수익 활동은 전혀 없었고, A 씨 일당이 편취한 금액은 A 씨의 개인사업 대금과 피의자들의 수당 및 명품 소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됐다.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원금과 저작권료는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돌려막기' 했다. 이른바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였던 셈이다.

A 씨 일당은 실제 시장 가치보다 부풀린 가격으로 미술품을 판매했다. 작가들이 '호당가격확인서(한국미술협회에서 발급하는 작가별 미술품의 가치를 책정한 확인서)'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받도록 종용하고, 호당가격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미술품의 허위 가격확인서인 '인보이스'를 만드는 등 작품당 많게는 수억 원의 대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 전남 광주, 충남 태안 등 전국에 흩어진 91건의 사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고, 갤러리·수장고·피의자 주거지 등 7개 장소를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피의자들의 자택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 명품 가방 등을 압수하고, 범죄 수익을 추적해 약 122억 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미술품의 실물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가격 확인서 등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라"며 "전문가 또는 기관의 감정 등을 거친 후 투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A 씨 일당이 만든 허위 가격확인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