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진료 취소가 더 무서워"…서울대병원 화재의 '민낯'

23일 오후 3시 4분 화재 발생…3분 만에 완진
환자 "하필 예약된 날짜에 불 나서 불안해"

23일 오후 3시 4분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 2층에서 불이 나 640명이 대피한 가운데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이 철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암병원 1층에서 300명, 2층에서 140명, 3층에서 200명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인원 89명과 차량 25대를 투입해 화재 발생 3분 만인 3시 7분에 불을 완전히 껐다. 화재는 2층 라디에이터에 연결된 전깃불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화재 장소를 제외하고는 현재 정상적으로 진료가 재개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4.9.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오늘도 또 주사도 못 맞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나…"

23일 오후 3시 4분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암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환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640명이 대피했지만 3분 만에 완전히 꺼져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 발생 약 1시간 31분 뒤인 4시 35분 <뉴스1>이 찾은 병원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화재보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까 더 두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누적된 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순천시에서 주사 치료를 받으러 온 50대 여성 이 모 씨는 "요즘엔 병원 예약하기도 힘든데 하필 예약된 날짜에 불이 나서 불안했다"며 "주사도 못 맞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나 걱정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다들 불안해하면서도 차분하게 대피했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남편의 지병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다닌 지 오래됐다는 송 모 씨(여·69)는 "15년 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눈을 크게 떴다. 송 모 씨의 걱정 역시 화재보다 진료 취소 여부였다. 그는 "진료가 취소되나 했는데 하나도 안 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불은 화재 발생 3분 만인 3시 7분 완전히 꺼지는 등 큰불은 아니었다. 다만 목격자들은 600여 명이 대피하며 다급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병원 1층 카페에서 일하는 김 모 씨(여·35)는 "암센터 앞이 사람으로 꽉 차 있고 바글바글했다"며 "건너편 본관 쪽이랑 다른 건물까지도 사람들이 다 서 있고 주차장 관리하는 직원분이 사람들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김 모 씨는 "점장님은 거의 10년 넘게 일하셨는데 이렇게 대피하라고 할 정도로 화재가 난 건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며 "눈앞에 불이 안 보여서 그런지 다들 되게 침착하게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 당국은 병원 2층 외래 진료실 인근 라디에이터에 연결된 전깃줄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으로 진료가 재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