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벌초 전에 응급실 리스트부터…상비약 준비, 과식 금물"

연휴 기간 응급실 내원자 2배↑…상비약 구매 등 '셀프 대비'하기도
온라인 커뮤니티선 "응급실보단 1차 병원부터 가라" 대처 방법 공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이강 기자 = "급체해도 응급실에 바로 못 간다고 하니 불안하죠."

서울 동작구에 사는 60대 김 모 씨는 이번 추석을 맞이해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의료 공백 사태로 추석 동안 응급실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계속 접하면서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 우려돼서다.

김 씨는 "기름진 명절 음식 등으로 인해 '급체'한다고 해도 문 연 응급실이 몇 곳 없으면 '뺑뺑이' 하거나 진료를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가족들을 보러 충남 부여에 가는데 이번 추석엔 평소보다 먹는 부분이나 이동할 때 있어서 좀 더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윤 모 씨(53)는 지난주 추석 맞이 벌초를 가기 전 응급실 위치부터 확인했다. '응급실 뺑뺑이', '의료 공백' 등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위급 상황 시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진료 가능 여부부터 미리 파악해 놔야겠다고 생각해서다.

윤 씨는 "산소 근처에 말벌 집이 있어 위험해 운영 중인 인근 응급실 목록부터 찾아본 뒤 벌초 일정을 잡았다"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사고 외상 의료 키트도 준비했다. 위급 상황이 발생해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을 수 있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의료 대란의 여파로 추석 연휴 기간에 제때 치료를 못 받을 것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선 연휴 기간 응급 환자에 대비해 24시간 의료 체계를 가동하고 경증 진료가 가능하도록 병의원, 약국 등을 지정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통상 추석 연휴 때 응급실 환자가 늘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추석연휴 응급의료센터 정상진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다. 2024.9.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 근처 응급실 리스트를 찾아두거나 종합 감기약 등 상비약을 구매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50대 김 모 씨는 최근 응급실 의료 공백 뉴스를 접하면서 평소보다 일찍 벌초를 다녀왔다. 벌이나 뱀에게 물리는 등 비상 상황이 생겨도 사람이 덜 몰리는 때라면 치료도 제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김 씨는 "최근 응급 진료 등이 마비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엔 벌초, 성묘를 2~3주 정도 일찍 다녀왔다"며 "가족 중에 지병이 있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고향이 좀 외진 곳이라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 중"이라고 우려했다.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 씨(27)는 "지인 중에 응급실 뺑뺑이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돌아가신 분들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도 비상 상비약 구매를 권해드렸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름진 명절 음식으로 인한 소화불량 등 경증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약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이 모 씨는 "벌초 등을 대비해 모기약, 감기약 등을 많이 찾는다"며 "명절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미리 구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노 모 씨는 "근처에 회사가 많아서 30~40대 중심으로 고향 내려간다는 이유로 상비약을 많이 구매한다"며 "감기약이나 지사제, 진통제 등 약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자녀나 지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응급실보단 문 연 1차 병원이 어딘지 파악해야 한다", "수용 가능한 병상수, 받지 않는 병명 등 알려주는 사이트 주소다"라며 나름의 대처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선 연휴 기간 매일 운영하는 동네 병의원을 지정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대체 인력을 적극 투입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건 이번 연휴가 의정 갈등 심화 이후 맞게 된 첫 명절이고 추석 연휴엔 평시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배가량 급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 기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하루 평균 2만 3000건으로, 평상시 평일 대비 1.9배 수준이었다.

추석 연휴 평소보다 3.5배가량 비싸질 의료비도 한몫한다. 정부는 추석 기간 의료기관 진료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연휴 기간 진료엔 진료비 가산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공휴일 의료기관은 기본진찰료 및 수술료에 30∼50%를, 약국은 조제료 및 복약지도료에 30%를 가산해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