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음란물에 선생님 얼굴 붙었어요" 딥페이크 피해 알려준 제자

20대 중등교사, 제자 덕분에 피해 인지…SNS사진 다 내려
교권보호위 유명무실, 딥페이크 피해교사 구제방안 없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미 장시온 기자 = "선생님 얼굴이 합성된 게 돌아다녀요"

'교사의 꿈'을 안고 서울 4년제 사범대학에 입학한 A 씨(22)는 초시 임용고시 합격을 목표로 대학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서울 중등교사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임용의 기쁨도 잠시 A 씨는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1년도 채 안 돼 휴직했다.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에 이용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다.

A 씨가 딥페이크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같은 반 학생들의 소중한 제보 덕분이었다. 제자들은 조심스럽게 A 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A 씨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사진을 내리는 등 조치를 할 수 있었다.

A 씨는 4일 <뉴스1>에 본인과 절친한 대학 동기의 입을 빌려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다만 "자기 학생들과 얽혀있는 문제라 직접 언론 취재에 응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이틀간의 딥페이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내 딥페이크 신고는 2492건으로 접수됐다. 이 가운데 직간접 피해자는 51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304명, 교사 204명, 교직원 9명 순이다.

피해 교사 204명 가운데 직접 피해자는 16명으로 파악됐다. A 씨 역시 직접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이끌어야 할 교사들이 역으로, 학생들로부터 성착취 등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딥페이크 피해 사실을 알고 있어도 섣불리 공론화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남부 소재 중학교에서 6년 차 교사로 근무하는 B 씨는 "교직 사회가 좁다 보니 딥페이크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소문이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쉬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심의를 거쳐 조치하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교보위를 소집하려면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교육청이나 학교 심지어 피해 교사에게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전자청원에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가해자들의 강력 처벌 및 신상 공개 요청'이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까지 8만1805명이 동의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이 특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교사를 분리 조치하기 위한 교보위가 소집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 소재 교사 C 씨는 "교보위에 올라가면 가해 학생 학부모에게 역고소당할까 봐 조용히 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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