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교사 인권보다 가해학생 정보보호가 먼저라니"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교사, 가해학생 솜방망이 처벌에 '울분'
"유포 영상 삭제 지원" 76.4%…국가 차원 재발 방지 대책 촉구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 교사 A 씨는 1년 전 자기 얼굴을 합성한 알몸 사진 등이 개인 정보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 피해를 겪었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나 카카오톡, 문자가 쇄도했고 A 씨는 결국 수사 기관에 도움을 청했다. 1년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다 최근 검찰 단계에서 학생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A 씨는 큰 충격을 받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수사기관에서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피의자 정보를 교육청이나 학교, 심지어 피해 교사에게조차 제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A 씨는 교권보호위원회 소집은커녕 아무런 보호 지원을 받지 못했다.

#2.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본 교사 B 씨. 역시 가해자는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척 교탁 앞으로 와서 몰래 B 씨 치마 밑 사진을 찍다가 덜미가 잡혔다. 가해학생 휴대전화에는 B 씨 얼굴이 합성된 포르노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처벌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다 동급생들 몸을 불법 촬영한 사진들도 추가로 발견되자 퇴학 조치했다.

#3. 교사 C 씨는 졸지에 19금 SNS 계정 주인이 돼버렸다. 누군가 C 씨 사진을 마음대로 도용해 가짜 SNS 계정을 만든 것이다. 해당 계정에는 마치 C 씨가 음란물과 성적인 말을 올리는 것처럼 게시글이 올라와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가 학생임을 알게 됐지만 가해학생에게는 전학 조치 외에 별다른 징계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C 씨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교사는 아무런 지원과 대책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해자의 개인정보 보호권이 교사 인권보다 우선시돼 교권보호위원회는 소집조차 안 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제 관계라는 특수성 역시 가해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어렵게 한다.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교사들은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 학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문제를 단순 학교 차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사는 "범죄를 자꾸 교육으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다른 교사는 "피해 여교사가 오히려 비난받는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피해자인 여학생만 SNS에 사진 내리라고 교육하지 말고 남학생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밖에 "유치원 시기부터 체계적인 성인지 교육이 확산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제도 마련 필요", "정부 차원에서 긴급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차원의 법적 대책 마련" 등이 다수 의견을 이뤘다.

전교조가 지난 27~28일 피해교사를 상대로 실태조사한 결과, 최우선 피해 지원 대책을 묻는 문항에 76.4%가 "범정부 차원에서 유포한 영상 삭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교육청 차원의 신고 및 상담 지원 체계 구축과 피해자에게 신속한 정보 전달'에 대한 응답률이 72.4%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학교 구성원의 피해 치유·회복을 위한 행정·재정 지원' 57.6%, 학교 단위까지 불법합성물 성 착취 대응 및 방지 가이드라인 배포'와 '2차 피해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 교육 및 안내'가 각각 39.3%로 뒤를 이었다.

'재발 방지 대책 중 최우선 과제'를 묻는 문항에는 10명 중 8명(81.2%)이 '불법합성물 소지 및 시청 시 처벌 규정 신설·유포 시 처벌 규정 강화'를 꼽았다. 불법합성물 범죄를 성착취·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67.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교조는 "불법합성물을 소지·시청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응답자들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불법합성물 성범죄를 뿌리뽑기를 위해서는 소지·시청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자체적인 피해자 지원과 더불어 범정부 차원의 피해자 회복 지원과 국가 주도의 강력 대응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또한 가해자에 대한 엄중 조치와 교육활동 보호, 지원을 위해 교육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