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알몸 붙인 딥페이크, 미성년자인지 알 수 없죠"…경찰의 한숨

위장수사 미성년자 대상 범죄로 제한, 텔레그램 '비협조' 이중고
지난 국회서 '위장수사 확대' 개정안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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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딥페이크 영상물은 대부분 다른 영상에 얼굴을 가져다 붙이는 건데 대상자가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 구분이 안 되죠"

"텔레그램을 통해서 딥페이크 영상이 공유되는데 유포자 정보를 텔레그램에 요청해도 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불법 영상을 수사하는 경찰의 말이다. 딥페이크 영상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경찰 수사는 각종 장애물에 고전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 이어 10대들까지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이미지) 불법 합성물 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장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최근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의 유통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텔레그램의 '폐쇄성'으로 수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텔레그램을 통해서 피의자와 피해자 등에 관한 정보 수집이 어렵다 보니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가 직접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하는 등 스스로 나서야 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해서라도 피의자를 적극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장 수사 제도는 증거 수집과 범인 검거에 필요한 경우 경찰관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N번방·박사방 등의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다만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로 '위장 수사' 범위가 제한됐다. '서울대 N번방' 사건이나 이번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범죄 등과 같은 성인 대상인 범죄는 위장 수사를 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N번방·박사방 등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예방이 급하다 보고 위장 수사를 도입한 것"이라며 "이후 범위를 마약이나 성폭력 등으로 확대하려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비율이 더 높고, 수사 초기 피해자의 미성년자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 연령대로 위장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대 N번방을 계기로 위장 수사 범위 확대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5월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관련 법 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21년 11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성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에 디지털 성범죄를 피해자가 성인인 범죄에 대해서도 위장 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3년 넘게 계류되다 자동 폐기됐다.

그나마 지난 7월 권칠승(경기 화성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신분 위장 등을 통해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위장 수사 '남용'에 따른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 국회와 법무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