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했건만 간첩으로 몰려 16년 옥살이"…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국회의원·사업가 형제 '불법 구금' 사건 등 6건 결정
'김일성과 담판 내야 편할 텐데' 반공법 위반 사례도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북한군에 끌려갔다 귀순 후 자수했지만 간첩으로 몰려 가혹행위를 당한 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85차 위원회를 열고 불법 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6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고(故) 박 모 씨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의용군에 끌려갔다가 1952년 8월 월남 후 남한으로 귀순했다. 진실화해위 따르면 박 씨는 1953년 11월 28일 고등군법회의에 송치될 때까지 1년 넘게 유엔(UN)군 부대 및 국군 헌병대에서 불법 감금돼 인권침해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간첩으로 지목당했는데, 당시 국군 수사관들은 박 씨가 범죄 사실을 시인하는 조서를 작성하도록 하기 위해 폭행, 고문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수사관이 작성한 조서에 강제로 지장을 찍게 하는 등 가혹행위도 있었다.

박 씨는 결국 간첩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16년 복역 후 가석방됐다. 그는 특히 월남 후' 약 15년이 지나서야 가족에게 편지도 보내고 교도소 휴가를 통해 가족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진실화해위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의 형제 불법 구금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공화당 소속 5선 의원이었던 형 김 모 씨와 대전에서 골재채취 사업 중이던 동생 김 모 씨가 부정 축재 등 의혹으로 각각 38, 46일간 불법 구금된 사건이다. 이들 형제는 억압된 상태에서 각각 재산 헌납 기부서와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기록원, 국군방첩사령부, 1기 진실화해위 자료 등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해당 사건이 1980년 5월 집권한 신군부가 반대 세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졌음을 확인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형제에게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결정하고 피해 복구 조처를 할 것을 국가에 권고했다.

이외에도 진실화해위는 예비군 훈련을 받은 뒤 '김일성과 빨리 담판을 내야 편할 텐데' 등의 발언을 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등 4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결정하고 재심 등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언급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