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겠다" 업무 과중…김봉식 신임 서울청장 최대 과제
정통 '수사통' 출신 서울청장…'일선 고충' 포용 기대감
주로 대구서 근무 '약점'…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해소해야
- 김민수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홍유진 기자 = 지난 16일 취임한 김봉식 신임 서울경찰청장(57·경찰대 5기)은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포용의 리더십이 강점이다. 수사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일선 경찰관의 현실과 고충을 이해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주로 대구에서 근무한 김 청장이 돌발 변수가 속출하는 서울 치안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해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말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세관 마약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도 그가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찰관 죽음 후 땅에 떨어진 사기…'개선책' 마련할까
1967년생인 김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찰대 졸업 후 1989년 경위로 임용됐다. 이후 대구 달서서장과 경북경찰청 형사과장, 대구경찰청 수사과장·형사과장·광역수사대장 등을 역임했다. 주로 대구에서 근무했으나 '수사 전문성'엔 이견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 청장의 과제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경찰관의 업무 과중은 최대 당면 과제다.
지난달에만 일선 경찰관이 최소 3명이 숨졌다. 이들 모두 업무 과부하를 호소했다. 특히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A 경위는 올해 2월 처음으로 수사과로 발령 났으나 전임자로부터 무려 50건 이상의 사건을 넘겨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작경찰서 B 경감은 수사과 소속은 아니었지만 뇌출혈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 서울 혜화경찰서 경찰관은 극단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됐다. 일선에서는 "이대로 일하다간 죽겠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김 청장이 사기 저하와 피로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들을 포용하고 실질적인 업무 환경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여느 때보다 일선의 목소리를 경청해 수사 기능을 포함한 업무 현장의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김 청장이 서울에서 근무한 경험이 부족해 우려스러운 시선은 있지만 평소 직원들을 소탈하게 대하고 포용하는 '맏형' 리더십은 장점"이라며 "경찰관의 죽음을 포함한 대내외 논란으로 흔들리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평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가 언급했듯 '서울 근무 경험'이 부족해 아쉽다는 시각은 존재한다. 서울에서는 9명을 숨지게 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 등 돌발적인 사건·사고가 속출하는 데다 흉기 난동과 교제 살인 등 이상 동기 범죄나 흉악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김 청장이 일선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지휘관으로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경기남부청장 당시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참사' 수사를 총괄 지휘하던 김 청장의 현장 대응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평이 나왔다.
◇현 정부 출범 후 약진…차기 국수본부장 후보로도 거론
김 청장은 주로 지방에서 근무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지난해 1월 서울청 수사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급부상했다. 9개월 뒤인 10월에는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수수사본부 핵심 보직인 '수사부장'으로 전보됐다. 올해 6월엔 경찰 서열 2위 계급 치안정감으로 올라간 뒤 치안 수요 1위 시도경찰청 경기남부경찰의 수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50여 일이 지나자 치안정감 7자리 중 요직인 서울청장으로 취임했다. 김 청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의 후임으로도 거론된다.
그는 대구에서 근무하던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994년과 2009년 대구지검에서, 2014년에는 대구고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약진했던 점은 그립(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지만 정쟁에 휘말려 야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약점이기도 하다. 당장 야당은 오는 20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김 청장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김 청장과 '경찰 서열 1위' 조지호 경찰청장을 비롯해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조병노 경무관 등 총 28명이 채택됐다.
◇청문회 앞둔 서울청장…"마약 수사 외압 없었다" 반박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던 영등포서 수사팀이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는 것이다. 외압 행사 주체로는 대통령실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김 청장은 영등포서가 세관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해 10월 사건 지휘부였던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었다. 그는 당시 영등포서에서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사건 이첩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청장은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건이 커졌고, 국가 기관(관세청)을 대상으로 한 수사다 보니 체계적인 수사를 위해 서울경찰청이 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영등포경찰서의 강력한 수사 의지가 있었고,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됐다고 하기에 계속 영등포서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직을 걸고 말하지만 수사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청문회에서 명백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설령 국회의장이 묻더라도 한치의 숨김없이 알고 있는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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