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하러 첫 차" 광복절 맞아 서대문형무소 시민들로 '북적'
물총 체험하러 왔다가 전시도 관람…형무소 "너무 좁다" 울상
일부 시민들 연차 내고 와 "역사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
- 김예원 기자, 이강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이강 기자 = "역사 공부하러 전주에서 첫 차 타고 왔어요."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부속 창고 앞. 현장엔 서로에게 물총을 쏘며 뛰어노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34도의 폭염도 아이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안 됐다. 모자를 쓰고 돗자리 등을 맨 채 모인 20여 명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었다.
평범한 물놀이처럼 보이지만 해당 행사는 서대문구에서 주최한 '서대문 독립축제'의 하나다. 원래는 독립군 전투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 순사 복장을 한 안전요원에게 아이들이 물총을 쏘는 행사였지만 적대감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평범한 복장을 한 스태프들과 진행됐다.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40대 박 모 씨는 "내일이 광복절이라 오늘 첫 차 타고 전주에서 올라왔다"며 "오전엔 해설을 들으며 전시도 관람했는데, 예전엔 아이들이 '일본 나쁘다'만 했다면 지금은 독립운동가를 왜 고문한 건지 등에 관심을 가지더라"고 말했다.
남편, 9살 자녀와 함께 물총 행사 현장을 찾은 최 모 씨(39)는 "미국에서 귀국 후 맞이한 첫 광복절이라 의미 있게 보내려고 여름휴가 일정에 서대문형무소를 넣었다"며 "아이가 역사책을 보며 관심을 가지길래 이번에 같이 오게 됐는데 뜻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현장을 지켜보던 40대 화 모 씨는 "지난해에도 광복절을 맞아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했는데 그때 열린 물총 행사를 보고 아이가 이번에 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 찾아왔다"며 "뜻깊은 날 역사 공부도 하고 아이도 즐거워해서 좋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곳곳엔 태극기 바람개비를 만들 수 있는 체험 공간이나 독립운동가 포토 부스 등이 설치돼 있었다. 가족 단위로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연차 등을 사용해 짬을 낸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연인과 함께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광복절이라서 일부러 휴가를 내고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왔다"며 "체험 공간은 대부분 아이가 하는 것이라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예전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곳곳에는 우리말 지키기 퀴즈, 국궁 등 우리 문화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은 손 위에 태극기 그림 보디페인팅을 받거나 태극기 바람개비를 만들다가도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방을 구현한 전시 등을 보며 "너무 좁다"라며 눈을 떼지 못했다.
인천에서 형무소를 찾아온 김예나 양(9)은 "더운 날 물총놀이를 하니 너무 재밌다"면서도 "책에서만 보던 일본 이야기를 실제로 보게 되니 아주 속상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에서 온 이동준 군(13)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회 과목을 좋아한다"며 "교과서에서만 보던 물고문 등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대문 독립축제는 광복절 당일인 15일까지 진행된다. 독립군 전투 체험은 사전 예약해야 하지만 역사관 해설 관람, 공연 관람 등 놀이마당은 별도 예약 없이 참여할 수 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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