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차 낙태' 고작 벌금형?…법조계 "살인죄 처벌 쉽지 않아"

살인죄, 살해 당시 '사람'인지 여부 입증 관건
의료법 위반 외 "살인예비음모죄 처벌 가능" 견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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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임신 36주 차 임신중지(낙태) 수술 영상을 올린 유튜버와 병원장이 살인 혐의로 입건되면서 이들이 실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법조계는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행법상 낙태죄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 사건 살인죄 처벌이 실현되려면 36주 차 태아가 '사람'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동시에 살인 행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필요한데 수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경찰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사에 착수해 자신을 20대라고 소개한 유튜버 A 씨와 수술을 집도한 병원장 B 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 법조계 "살인죄 처벌 쉽지 않아"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형법상 살인죄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성립된다. 명백한 증거로 살인 혐의가 입증되면 피고인은 최소 5년 이상 징역형에서 최대 사형을 받게 된다. 경찰은 36주 차 태아를 일단 사람으로 간주하고 두 피의자에게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배 속에서 산 채로 나온 영아 상태에서 살해됐다면 명백히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영아살해죄는 지난 2월부터 폐지돼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되고 있다. 요컨대 원치 않은 임신, 경제적 어려움 등 참작될 만한 이유가 있어도 영아 살해는 살인이다.

다만 배 속 태아 상태에서 죽어 사산된 경우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1982년 대법원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되기 시작한 때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기준은 현재까지 통용되고 있지만 이 사건 태아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박성태 변호사는 "이 사건 경우 임신 36주 차 태아가 형법상 살인죄 객체인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살인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며 "분만 개시 상태가 아니고 인위적으로 태아를 꺼내 사망케 한 경우도 살인죄로 의율할지에 관해서는 확립된 판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는 관련 증거를 살펴봐야만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얘기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료인 출신 오지은 변호사의 경우 "임신 40주가 넘었다면 당연히 진통이 있었을 것이고 출산을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36주도 그러한 증상이 있다고 단정 짓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은 입증 자체도 어려워서 살인죄 처벌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6년 차 형사 전문 변호사 역시 "살인죄로 처벌되려면 살인의 결정적 증거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나온 증거들로는 이 사건 살인 장면을 뒷받침하기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살인예비음모죄 적용 가능성…의료법 위반 처벌될 듯

일각에서는 이 사건 태아가 사람으로 간주한다면 살인예비나 음모 혐의를 적용해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형법상 살인을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오 변호사는 "낙태할 병원을 알아보고 직접 방문해 수술받은 행위는 다른 일반 살인 행위와 견주어볼 때 사람을 어떻게 죽일지 방법을 찾아보고 의사와 공모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판사 재량으로 살인예비음모죄 처벌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낙태 과정을 담아 논란이 된 유튜브 영상이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낙태 배경과 과정, 당시 심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당 영상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조작된 부분은 없다고 일축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살해 당시 사람이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거로 보인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상으로는 수술실 CCTV 미설치에 따른 형사 처벌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의료법 개정안은 CCTV 설치 의무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한 결과 수술실 CCTV가 설치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B 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