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성지' DJ 사저, 문화재 등록 물거품?…OO 포함하면 가능
'역사적 가치' 동교동 사저, 지난 7월 매각…문화유산 지정 목소리 커져
개·보수로 건물은 50년 연한 충족 못 해…집터 포함하면 연한 규정 충족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민주화 성지'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가 최근 매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건물을 국가 유산(옛 명칭 문화재)로 등록 또는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차례 개보수로 해당 건물의 원형이 거의 남지 않은 점, 서울시 심의에서 규정 미충족을 요건으로 한 번 반려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저가 국가 유산으로 등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부터 해당 집터에 김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러 온 점을 고려해 문화재 재등록을 신청할 시 국가 유산 선정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초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의 사저를 100억여 원에 매각했다. 김 전 의원은 서울시와 접촉해 사저의 국가 유산 등록을 타진했으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고, 상속세 납부 문제 등으로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에게 사저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일각에선 동교동 사저에 민주화 운동의 역사가 담겨있는 만큼 이를 국가 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전 대통령 부부가 이곳에서 37년간 머물며 50여 번의 가택 연금을 당하는 등 민주화 역사를 위해 노력해 온 사실이 있는 만큼 현장을 보존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유산의 경우 크게 지정 문화재와 등록 문화재로 나뉜다. 통상 정부 수반의 거처가 100년이 넘은 가옥인 경우 기념물, 사적 같은 지정 문화재로 선정된다. 1870년대 지어진 뒤 윤보선 전 대통령이 7~8세쯤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안국동 윤보선가' (사적 제438호), 1945년 광복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온 후 거주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종로구 '이화장'(서울시 기념물 제6호)이 대표적이다.
다만 정부 수반의 거처가 지어진 지 50~100년 사이의 건물인 경우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 혹은 시, 도 지정 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보존 및 활용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만 문화재 등록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박정희 가옥이나 서울 종로구의 장면 가옥, 서울 마포구의 최규하 가옥의 경우 등록문화재로 분류돼 관리를 받고 있다.
이런 분류 체계에 따라 2002년 리모델링 준공된 동교동 사저도 지난 2020년 당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에 등록 요청이 올라갔지만 심의 끝에 부결됐다. 마지막 개보수 연도인 2002년 기준으로 지어진 지 50년이 넘지 않았고, 당시 김 전 의원의 상속세 체납 등을 이유로 근저당권이 남아 있어 공공 매입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에 걸친 개보수 공사로 건축물의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문화재 등록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경우 1963년, 1985년, 2002년 이렇게 3번 보수 공사가 이뤄졌다"며 "당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원 건축물이 많이 변형돼 문화재 등록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사저가 위치한 집터가 1960년대 초부터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집터를 포함한 건물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보고 재등록 신청을 할 경우, 서울시 심의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저 건물 자체로는 이미 한 번 심의가 부결돼 재신청이 안 되지만 터를 포함한다면 최소 건축 시기 등 규정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시, 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해 시, 도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거나 이를 국가유산청에 신청하는 경우 문화재 등록이 가능하다"면서도 "일단 누군가의 사유 재산이 된다면 소유자의 법적 동의가 있어야 보존 조치 등이 가능한 게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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