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버튼에도 혈흔…'120㎝ 일본도' 주민 참변 아파트 충격
사고 현장서 도망친 집까지 성인 걸음 기준 1분 거리
피해자 신고하려 하자 범행 정황…경찰, 구속영장 방침
- 정윤미 기자, 조유리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조유리 김예원 기자 = 한밤중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총 길이 120㎝)를 휘둘러 숨지게 한 30대 남성 A 씨(37)가 범행 후 도주하면서 곳곳에 혈흔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 승강기 내부까지 혈흔이 발견돼 당시 악몽 같았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
A 씨는 지난 29일 오후 11시 27분쯤 서울 은평구 소재 아파트 정문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30일 <뉴스1> 취재 결과 A 씨가 사는 아파트 건물 1층 공동 현관문과 승강기 층 버튼 등에 혈흔이 있었다. 범행 장소인 아파트 정문 앞 인도~주차장 입구에서 성인 걸음으로 1분 거리인 A 씨의 거주지 코앞까지 이 같은 흔적이 이어지듯 남아 있던 것이다.
주변을 오가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50대로 추정된 중년 여성은 "어젯밤 경찰차도 오고 사람들도 모이고 엄청 시끄러웠다. 아직도 혈흔이 남아 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10대인 C 군도 "어젯밤 시끄러워 나가 봤는데 피가 많았다"고 했다.
A 씨가 평소 주민들에게 욕을 하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시설에서 근무하는 C 씨는 "헬스장에서 혼자 욕하고 상태도 안 좋아 보여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했다"며 "다른 회원들에게 '빨리 운동기구에서 내려오라'고 재촉해 (얼굴을 붉힌 적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키 175㎝의 마른 체형으로 헬스장에서 자주 운동했다. 국내 모 대기업에 다니다가 얼마 전에 퇴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다른 아파트 관계자는 "놀이터에서도 평소 아이들에게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원래도 말이 많이 돌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조사에서 횡설수설해 정신 감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A 씨가 당시 흡연 중이던 B 씨에게 다가가 돌발 발언을 했고, 수상한 낌새를 느낀 B 씨가 신고하려 하자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해자는 부상한 상태에서 약 5m 떨어진 관리사무소로 이동해서도 신고하려 했지만 A 씨의 공격은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나 일면식 있는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B 씨는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경찰서는 A 씨를 상대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범행 당시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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