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에도 '기계 탓'하던 시청역 참사 피의자…결국 구속영장
범죄 중대성 감안…국과수 감식 결과에도 운전자 '급발진' 주장
교특법상 치사 혐의…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경찰이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교차로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 모 씨(68)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 발생 23일 만이다. 경찰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운전 과실로 해석되는 스모킹 건(직접적인 증거)이 나왔지만 차 씨가 '급발진' 주장을 고수한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4일 오후 5시 30분쯤 범죄의 중대성과 그간의 수사 내용을 종합해 차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차 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3조 1항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다. 법원은 이외에도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차 씨의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으나 곧바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급발진과 차량 결함을 주장해 온 차 씨의 진술 외에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주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과 10일 경찰은 차 씨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고기록장치(EDR)·블랙박스 정밀 감식 결과를 확인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통산 국과수의 정밀 감식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두 달 걸리지만 열흘도 안 돼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싣는 분석이 나와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과수는 차 씨가 가속페달(액셀)을 90% 이상 밟았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난 19일 세 번째 조사에서도 차 씨는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운전과실 증거나 정황이 있는데도 '기계 탓'을 하는 데다 사안이 워낙 중대해 국과수 결과 통보 13일 만에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1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양형 기준에 따라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낮을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 치사 사건에 대해 징역 8개월~징역 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나 위법성이 중한 경우 또는 난폭운전의 경우 징역 1년~3년을 권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향후 재판에서 차 씨에게 실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차 씨가 운전한 제네시스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안전 펜스와 보행자들을 덮친 후 BMW와 쏘나타를 차례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이 숨졌다. 차 씨와 같은 차량에 동승한 차 씨의 아내, 보행자, 차 씨 차량이 들이받은 차량 2대의 운전자 등 7명이 다쳤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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