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33㎜' 장대비 출동한 경찰…치매 남편 찾는 80대 아내 절규

22일 오후 11시쯤 실종 신고 접수 후 3분 만에 현장 도착
30분 만에 서리풀공원 등산로서 89세 A 씨 발견·무사 구조

22일 오후 실종 신고된 할아버지 A 씨(89)가 오후 11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서리풀근린공원에서 발견돼 경찰의 도움을 받으며 빗길을 내려오고 있다. 2024.7.24 (방배경찰서 방배1파출소 제공)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우리 남편이 사라졌어요"

지난 22일 오후 11시16분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85세 할머니는 "치매 할아버지가 우산도 없이 저녁 9시쯤 밖에 나가서 연락이 안 돼요"라며 다급히 112에 신고 전화를 했다. 당시 서초구에는 벼락을 동반한 시간당 33㎜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야간 근무 중이던 이우연 방배경찰서 방배1파출소 순경(28)은 신고 접수 후 할머니에게 즉시 전화했다. 만 89세의 할아버지 A 씨는 치매 환자였다. 이 순경은 전화 너머로 우선 할머니를 안심시키고는 평소 A 씨가 자주 가는 곳이 어딘지 물었다.

기지국을 통해 A 씨 휴대전화 위칫값을 추적해 보니 방배역 일대부터 서리풀공원까지. 방대한 위칫값을 모두 수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장 투입 인력은 이 순경과 동료 단둘뿐이었다. 이 순경은 한 곳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 순경 등이 순찰차를 타고 3분 만에 도착한 곳은 서리풀공원 등산로 입구였다. 이 순경은 A 씨가 평소 공원 내 배드민턴장에 자주 가신다는 할머니 말씀에 주목해 배드민턴장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밤이라 어두운데, 산속에 비까지 내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손에는 플래시를 들고 빗물에 흘러 내려오는 흙탕물을 거슬러 등산로를 올라갔다.

A 씨를 발견한 건 수색 시작 30분 만이었다. 멀리서 한 남성이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할아버지였다. 자정을 10분 남겨둔 오후 11시50분쯤 지팡이를 짚으며 빗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우산 없이 3시간가량 산속을 배회한 A 씨의 옷과 신발은 흠뻑 젖어있었다. 이 순경 등은 곧장 우산을 씌워드리고 할아버지 걸음 속도에 맞춰 천천히 입구로 내려왔다.

걸어오는 내내 A 씨는 "아니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반복해서 물었다. 자신이 실종신고 대상자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눈치였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23일 오전 12시30분쯤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됐다.

이 순경은 24일 <뉴스1>과 통화에서 "야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무사히 할아버지를 구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자에게 요구조자 사진, 인상착의, 요구조자가 자주 가는 장소 등 현장 탐문했다"며 "방대한 위칫값을 요구조자 행동반경을 고려해 철저히 수색해 폭우 속에서 걷고 있는 고령의 요구조자를 발견해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평가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