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영상 올려 버린다" 성 착취의 시작…삭제 요청도 못하는 한국

쯔양 이어 야한솜이 '성 착취' 폭로…촬영물에 발목 잡혀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처벌 기준 강화해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천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에 이어 과거 소라넷에서 '야한솜이'로 활동했다고 밝힌 이 모 씨(31)가 "성 착취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교제 관계 여성을 불법 촬영한 후 이를 빌미로 한 성 착취 범죄가 연이어 터지면서 관련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의 후 촬영된 영상의 경우 헤어지고 난 후 삭제를 요청할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에서 활동했던 이 모 씨(31)가 "남자 친구에게 성 착취를 당했다"고 피해를 고백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 씨는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성인방송 BJ를 시작하게 됐고, 수익을 전부 남자친구가 관리했다"며 "초대남 20명을 불러 뒤에서 몰래 돈을 받고 성관계를 시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가 연수익 4억 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인기를 끌자 남자친구가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수익을 절반씩 나눠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씨는 "성인 방송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남자친구가 촬영물을 유포할까봐 매일 방송을 했다"며 "방송을 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성관계 영상을 보낸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1000만여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불법 촬영으로 인한 협박을 당한 사실이 공개됐다. 쯔양 역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술집에 나가 일하거나 유튜브 활동을 해야 했다.

이들 범죄들의 공통점은 피해 영상물이 협박 도구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불법촬영은 단순 촬영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성 착취 피해를 겪는 여성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 학술지 '인간 행동과 컴퓨터'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 응답자의 19.1%가 성적 이미지 유포 협박 등 성 착취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한국 여성 5명 중 1명은 성 착취를 경험한 셈이다.

불법촬영물을 빌미로 한 범죄를 계기로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불법 촬영은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게다가 현행법상 동의하에 찍은 성관계 영상은 상대방에게 지워달라고 할 권리조차 없다. 헤어진 후 언제든지 협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도의적으로 삭제해 주지 않는 한 협박과 유포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명시적인 협박이 있기 전까지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특수성이 양형 기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불법 촬영은 한 사람의 인격이 망가질 수 있다는 공포와 맞닿아 있는 범죄"라며 "현재 사법기관에 있는 연령층은 대부분 디지털 성범죄와 거리가 멀었던 세대로서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