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던 창가 자리 "무조건 피해요"…시청역 참사에 달라진 일상

참사 1주일 지났지만 이어지는 추모 물결…시민들 회식, 외출 취소
북창동 상인 "8시면 발길 끊겨"…"매출 3분의 1로 줄어"

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 2024.7.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유수연 기자 = "창가 자리는 무조건 피해요. 친구들도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하고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 모 씨(23)는 최근 지인들과 카페, 식당에 갈 때면 창가 자리를 피해서 앉는다. 지난 1일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사고 현장 인근 상점의 유리가 모두 파손된 걸 보고 나니 괜히 불안감이 커져서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하며 창가 자리를 청소할 때마저도 차가 여길 들이박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며 "친구들도 최근 사건 때문에 그런지 자리를 옮기자 해도 이해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며 시청~광화문 인근을 자주 오가는 직장인 김 모 씨(29)는 "창가 자리를 좋아하지만 이번 사고 이후 가게 안쪽에 자리 잡게 된다"며 "교통섬에 서 있다가 우회전하며 돌진한 차에 부딪힌 지인이 있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가해 차량은 상가 앞 인도와 세종대로를 분리한 가드레일을 넘어 시청역 출구 앞 교통섬에서 멈췄다.

1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역 부근에서 60대 남성이 몰던 차가 인도로 돌진해 최소 13명 사상자가 발생, 경찰들이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참사 발생 1주일 지났지만 사고 현장은 추모 물결…시민들 회식·외출 취소

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이후 회식이나 저녁 외출을 자제하게 됐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망자 9명은 모두 30~50대 남성 직장인으로 은행 직원들은 승진 축하 모임에 참석했다 변을 당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 모 씨(29)는 "자꾸 길을 걸을 때마다 사고가 상상돼 영상 알고리즘 추천도 꺼 놓고 관련 영상도 아예 안 보고 있다"며 "요즘엔 집과 사무실만 반복한다. 해가 진 후 외출도 자제하고 회식도 안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사고 현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100미터(m) 떨어진 디저트 가게에서 일하는 60대 여성 A 씨는 "북창동 음식 거리에서 저녁을 먹고 찾아오는 밤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8시면 발길이 끊긴다"며 "매일 걷는 길에서 사고가 나 다들 마음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사고 이후 저녁 예약 잡혀 있는 것도 취소됐고, 회식을 오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 씨는 "사고 이후 체감상 손님이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시 교통사고로 창문 유리가 파손된 식당을 운영하는 D 씨는 "돌아가신 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우리 직원들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5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최근 매출이 3분의 1로 토막이 났다. 손님들도 국화 등을 보며 마음 편히 식사하긴 힘드실 것 같아 이해한다"고 말했다.

◇ 상인들 "추모 분위기에 식사 힘들 것 이해하지만…매출 하락에 막막"

실제로 사고 현장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고인을 기리는 하얀 국화와 비타민 음료, 주류 등이 수북하게 일렬로 놓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거나, 바쁜 출근길에도 서류 가방 등을 든 채 잠시 묵념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시나 지자체에서 따로 추모 공간을 조성한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오가며 표현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현재 환경 공무원들이 시든 꽃이나 손상된 물품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관리하고 있는데 주변 상인 등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