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인도 돌진 참사…급발진이냐, 고령 운전자 과실이냐
68세 운전자 급발진 주장에 목격자 "급발진 절대 아냐"
여론 반발에 멈춘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논의 재점화 전망
- 이기범 기자,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신은빈 기자 = 사상자 총 15명, 사망자 9명. 지난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시청역 차량 인도 돌진 사고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운전자 A 씨(68·남)는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 일부 목격자 진술과 고령인 A 씨의 나이를 놓고 운전자의 실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고령자 운전을 놓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7분쯤 A 씨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했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굉음을 내며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운전자·동승자 모두 '급발진' 주장…목격자 "급발진 아니다"
A 씨의 제네시스는 이후 BMW와 쏘나타를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그 후에도 100m쯤 이동하다가 건너편 시청역 12번 출구 쪽에 이르러서야 차량이 멈췄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운전자는 현직 버스 운전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고를 목격한 한 중년 남성은 "브레이크가 없는 것처럼 달렸고 콰콰콰쾅 충돌하고 멈춰 섰다"며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고 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이 남성은 "급발진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급발진이면 차량이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박아야 했는데 어디 박지 않은 상태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멈췄다"는 주장이다.
당시 사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놓고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상 속에는 사고를 낸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추는 모습이 담겼는데, 급발진 차량이 구조물과 부딪히며 억지로 감속하는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 고령자 운전 제한 논의 재점화
경찰은 운전자와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운전자 A 씨도 부상 상태이기 때문에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고 경위와 원인은 CCTV·블랙박스 등을 통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이번 사고가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 과실로 판명될 경우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에 대한 논란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0일 고위험 운전자 관리 방안으로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 정부는 만 75세 이상 운전자들에게 운전면허를 3년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갱신 시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각 지자체는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시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 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전년 대비 2.4%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 2월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 연서시장 인근 도로에서 명이 죽고 14명이 다친 9중 추돌 사고의 경우 가해 차량 운전자인 79세 남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구룡터널 교차로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운전자 부주의로 7중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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