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피해자 측 "공론화 원치 않아…영상 삭제도 요청했다"

"판결문 지워달라 요청했다…피해자 생계비 지원 모금"
"가해자 진심 어린 사과 안해…유튜버 고소 쉽지 않아"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유수연 기자 =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측이 유튜브에 가해자 신상과 피해자가 게시한 글 등이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피해자 동의 및 보호 없는 이름 노출과 비난을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가 자신에 대해 언급한 글의 삭제를 원하고 있다"며 "가해자 신상 영상을 올린 유튜버에게 보낸 (밀양 사건) 판결문도 지워달라고 이미 요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들 유튜버는 피해자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최근 가해자 신상과 피해자와의 통화 내역 등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상담소에 따르면 해당 판결문은 유튜버가 지난해 11월 올린 고민상담 공지를 보고 피해자가 상담차 연락할 때 본인 인증을 위해 유튜버에게 보낸 것이다. 유튜버는 지난 8일 가해자 신상 공개 여부를 피해자와 논의했다며 통화 내역과 판결문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김 소장은 그러나 피해자 측이 유튜버에 대한 고소·고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영상이 올라온 첫 일주일 동안 영상을 내리게 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며 "유튜버를 고소하려면 피해자가 법적 당사자를 직접 만나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열린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사안을 피해자 구제 및 일상 회복의 계기로 삼겠다며 피해자 생계비 지원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이사는 "민사소송에서 국가책임이 인정됐지만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유튜버가 영상을 올린 뒤 가해자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며 "이번 사건이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주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피해자 및 가족과 상의해 일상 회복 온라인 모금을 시작하겠다"며 "모금액은 전부 생계비 지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피해자 자매는 상담소 측이 대독한 의견문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화내주시고 분노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 있을 때도 있지만 이겨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남고생 40여 명이 1년 가까이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인데 당시 소년법 등이 적용되면서 가해자 전원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4년부터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