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10명 중 3명 "퇴거 요구 받았다"…기순대 출범 뒤 불심검문 늘어

"노숙인 공공장소 퇴거 요구로 궁지 내몰려"

노숙인 인권 보장 사회운동단체인 홈리스행동은 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사회적 약자의 공공장소 이용 권리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6.7/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민간 경비원 등에 의한 노숙인 권리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초 경찰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가 신설된 뒤 노숙인 대상 불심 검문이 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숙인 인권보장 단체인 홈리스행동이 노숙인 104명을 설문조사하고 그중 5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뒤 7일 발표한 '2024 홈리스 인권(형벌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공장소에서 퇴거를 요구받은 노숙인은 전체 응답자의 34.6%, 노숙인 1명이 지난 1년간 받은 퇴거 요구 횟수는 평균 13.06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거를 요구받은 홈리스의 주거 형태는 거리 노숙이 75%로 가장 많았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거리 노숙인들이 공공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으며 궁지로 몰리고 있다"며 "민간 경비원들이 지하 연결 통로 등에서 노숙인에게 나가라고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홈리스행동은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 지난 2월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가 출범하면서 노숙인 대상 불심검문이 늘었는데 검문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불심검문을 받은 노숙인은 전체 응답자의 51%나 됐으며 경찰관이 자신의 이름과 검문 이유를 밝히는 등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응답은 무려 94.3%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2012년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제정하면서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시민으로서 권리 행사와 공공서비스 접근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조치를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서울시 등이 해야 할 일은 가난한 사람을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치는 일"이라며 "빈민이 아니라 빈곤과 싸우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