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역' 반복되는 '칼부림 예고'…물 건너간 공중협박죄 신설

지난해 300건 이상 살인예고, 범인 대부분 집행유예

철도경찰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순찰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울역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온 가운데 경찰과 철도경찰 등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순찰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글을 올린 작성자를 추적중이다. 2024.5.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칼부림 예고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했고, 지금도 기차를 빨리 타야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경찰이 생각보다 많이 없고 아이가 같이 있으니까 더 불안하네요."

부산에 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변진영(40·여) 씨는 7살 아들을 타이르며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 탓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은 불안한 시민들과 방검복을 착용한 경찰들로 붐볐다. 여기에 탐지견까지 동원돼 역사 내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역사 내에선 "현재 우리 역에서는 테러 대비 경찰·탐지견이 수색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지난해 7월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살인 예고는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게시글은 실제 생활 공간을 범행장소로 지목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대부분 '장난글'로 판명이 났지만 공권력이 소모되는 악순환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고글을 올린 작성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약 석 달간 살인예고글 게시 혐의로 검거된 건수는 301건, 298명이다. 당시 경찰은 형법상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다중 위협 범죄로 구속 기소된 인원은 총 32명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벌금형에 그쳤다.

지난해 7월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에서 한녀(한국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는 글과 함께 길이 30㎝가 넘는 흉기 구매 명세를 첨부한 이 모 씨는 지난 1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일(4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는 지난 4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판결에 검찰은 "사회에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다", "집중 순찰을 위해 수십 명의 경찰관이 투입돼 공무집행이 방해된 정도가 중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실제 실행까지 가지 않아 대부분 살인예비가 아닌 협박죄 정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은데 협박만으로는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며 "공공 안전을 침해하는 협박에 대해선 더 무겁게 가중처벌 하는 규정을 입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공중협박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다.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을 가장해 공중을 협박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난해 흉기 난동 사태 이후 정부가 새롭게 만든 제도가 없고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기동순찰대 신설 등 치안중심 조직 개편이 있었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