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가 내연녀 꼬드겨 '3혼 아내' 살해…"14억 복권 탔다 생각해라"

재력가 아내와 이혼 소송 중 죽인후 을숙도 유기[사건속 오늘]
카톡 본사 찾아 메시지 삭제 완전범죄 꿈…시신 발견으로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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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13년 전 오늘. 내연녀와 완전 범죄를 꿈꾸며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대학교수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다.

경남 지역 모 대학교수였던 A 씨는(53) 국내 최상위급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자마자 대학교수로 채용된 컴퓨터 전문가였다. 1985년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된 그는 같은 분야 종사자가 반드시 논문을 읽어봐야 할 정도로 저명한 학자였다.

또 2005년 한국컴퓨터 범죄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경찰과 검찰의 사이버범죄 수사 자문 위원도 맡았다. 2007년에는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단장을 맡아 IT분야 인재를 배출하는데 앞장을 서며 각종 명성을 쌓고, 인품 면에서도 인정받은 지식인이었다.

하지만 그런 A 씨는 교묘한 계획 살인이 들통나며 성공했던 인생이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 세 번의 결혼 사실 속인 뒤 결혼, 계속된 마찰로 이혼소송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A 씨는 학원을 운영하던 B 씨에게 이혼 사실을 숨긴 채 7년여간 걸쳐 구애했고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결혼 초기부터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했던 둘은 성격 차이와 금전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였다.

둘은 결국 2011년 11월부턴 A 씨가 함께 살고 있던 아파트를 떠나며 별거에 들어가게 된다.

별거 중에도 갈등이 계속되자 아내 B 씨는 A 씨에게 준 결혼지참금 명목의 돈 4억여 원을 돌려달라며 협의이혼을 신청한다.

B 씨는 학원을 운영하며 수십억 원의 재산을 모은 재력가였고, A 씨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A 씨의 일방적인 구애 끝에 이뤄진 둘의 결혼에 당시 '돈 때문'이라는 손가락질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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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 당첨됐다고 생각해라" 내연녀와 아내 살해 공모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신이 손상되는 게 걱정됐던 A 씨는 아내 B 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겨 단순 실종 사건으로 꾸밀 계획을 세웠다.

계획 전 자신이 용의자로 의심받을 것임을 예측했던 A 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2004년 손님으로 처음 만나 관계를 이어 온 대리운전기사이자 내연녀인 C 씨(49)에게 범행을 제안하며 "14억 원 정도 복권에 당첨됐다고 생각하고 아이들 집 한 칸씩 사주고. 커피전문점 차려서 당신이 관리하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다. 밤마다 대리기사 생활을 하는 C 씨에게는 매우 달콤한 유혹이었다.

이에 합의한 C 씨는 A 씨와 함께 3월 24일 거가대교, 마창대교를 둘러보면서 CCTV 위치를 미리 파악하고, 3월 27일 부산 덕천동 모 아웃도어 매장에서 유기에 사용될 가방을 구입하면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짰다.

◇ 을숙대교 찾아 등산 가방에 넣은 목 졸라 살해한 아내 유기

4월 2일 오후 11시. 약속대로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난 A 씨와 B 씨는 주차장으로 이동해 A 씨의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큰 언성이 오가며 거친 대화가 이어졌다. 이때 A 씨는 계획한 대로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트렁크에 미리 준비한 가방에 시신을 넣었다.

범행 1시간 뒤 A 씨를 기다리고 있던 내연녀 C 씨는 차량에 옮겨 대신 시신을 유기하라는 지시를 따랐다. 그 시간 A 씨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부산 만덕동 집 주변에서 새벽까지 지인들과 또 혼자서 술을 마시고 귀가 하려 했으나, C 씨가 시신 유기에 실패하자, 3일 새벽 C 씨와 함께 을숙도대교를 찾아가 B 씨의 시신이 든 가방을 강물에 유기했다.

당일 아침에 잠에서 깬 A 씨는 카카오톡 계정부터 삭제했다. 또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한 뒤 다른 사람의 유심칩을 끼워서 대포폰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드디스크까지 포맷한 A 씨는 자신이 꿈꾼 완전 범죄에 대한 계획을 실행했다.

특히 A 씨는 이튿날인 4일 범행 과정에서 내연녀에게 보낸 메시지 흔적을 지우기 위해 판교에 있는 '카카오톡' 본사를 찾아가 메시지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A 씨가 지우겠다고 요청한 것은 시체 유기 뒤 C 씨에게 '맘 단단히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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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 끊긴 누나, 동생의 신고 유력 용의자인 남편 "난 교수다" 항변

B 씨가 살해당한 뒤 3일 후인 2011년 4월 5일 아무리 기다려도 누나에게 연락 닿지 않자 남동생 D 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3일간 B 씨의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 있던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당시 동선을 체크하며 연락이 끊긴 날 밤 10시쯤부터 인근 CCTV를 살폈고, 4월 1일 A 씨가 을숙도대교를 방문한 뒤 을숙도대교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확인하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A 씨의 휴대 전화 등을 압수해 포렌식을 한 결과 2일 오후 1시. A 씨가 실종된 당일 이혼소송 중인 아내 B 씨에게 A 씨가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한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고, 아내 B 씨가 실종되기 전 통화를 했냐는 말에 "통화한 적 없다 문자와 통화는 다른 개념이다. 난 통신 전문이자 교수다"라고 항변을 하며 범행을 부인했다.

또 함께 있던 시각 탑승했던 차량에서 발견된 B 씨의 혈흔에 대해서도 "그때 부인은 차에서 코피를 흘렸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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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낙동강 부근서 쇠사슬에 감긴 여성, 봉사활동 중 학생들이 발견

용의자의 범행 부인에 수사는 한 달 넘게 지지부진했다. 그렇게 B 씨의 행적이 묘연하던 중 5월 13일 D 씨와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신문과 SNS 등에 B 씨의 인상착의와 사진 등을 내 걸며 동시에 1억 원의 사례금을 약속하고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경찰 또한 헬기 등을 동원해 낙동강과 금정산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또다시 소환 조사를 받은 A 씨는 "3달 내에 B 씨가 나타날 것이다" "아내를 찾지 않고 뭐하냐"며 수사의 흐름을 분산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수사 때마다 변호사를 대동하며 나타나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그로부터 8일 뒤 21일 오후 부산 을숙도 부근 낙동강에서 쇠사슬에 감긴 채 가방 안에 접혀 있는 시신이 당시 봉사활동 중인 학생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안을 하려 했지만,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정밀 감식을 통해 지문을 대조한 결과 실종된 B 씨임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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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죽여 주면 너랑 결혼하고 재산 반 주겠다" 제안

경찰은 이날 B 씨의 남편 A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완벽하기만 했던 그의 계획은 아내의 시신이 발견됨으로써 결국 덜미를 잡혔다.

단순 실종이 아닌 사망 살해 사건에 대해 A 씨는 3일간 부인했지만, 그동안 수사로 확보된 각종 단서와 특히 해외로 도피했던 내연녀 C 씨가 귀국 과정에서 체포되면서 범행 모의를 자백, A 씨의 살해 동기와 범행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내연녀 C 씨가 범행에 대해 모두 자백하는 과정에서도 A 씨는 "살해한 사람은 내연녀 C 씨다" "나는 유기만 도와줬을 뿐"이라고 끝까지 발뺌 했지만 A 씨가 내연녀 C 씨와 나눈 메시지 내용이 복원되면서 두 사람의 범행 공모 사실이 완벽하게 밝혀졌다.

A 씨가 C 씨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아내를 죽여달라. 너와 결혼도 하겠다. 얻게 되는 재산의 절반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국 A 씨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숨겨 단순 실종 사건으로 숨기고 싶었다"며 자신의 계획범행을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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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역 22년형…유족들 분통 손해배상 청구 소송

2012년 7월20일 대법원 2부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낙동강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은닉)로 A 씨와 범행을 도운 C 씨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를 두고 "알리바이 조작, 증거 인멸, 사체 은닉 등 범행 수법 및 과정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범죄 전력이 없고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생각된다"고 감형했다. 또 C 씨에 대해선 범죄 전력이 없고 살해에 직접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사체은닉죄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분노한 유족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 씨와 C 씨가 1억 1540만여원을 B 씨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