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이 어떻게 교내에…" 서울대생들 충격 속 '2차 가해' 걱정
학생들 "SNS에 사진도 못 올리나…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었다니"
2021년부터 서울대생 2명 등 5명이 61명 대상 성범죄…대학 TF 구성 대책 마련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마음 편하게 다녀야 할 캠퍼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죠."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손 모 씨(22·여)는 "전날 오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집단 성범죄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놀라 수군거렸다"며 "피해 학생들은 지금도 어딘가 숨어서 학교생활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생 2명 등 5명이 대학 동문 12명을 포함, 최소 61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가해자들은 여성들의 졸업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등을 이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면서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유포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동문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SNS에 내 사진도 이제 마음 놓고 못 올리겠다"면서 "오늘 학교 오는 내내 찜찜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김 모 씨(29·남)는 "열심히 공부해서 온 대학일 텐데 그것도 같은 동문이 누가 자기한테 이런 짓을 벌일 줄 알았겠나"라며 "피해자가 아닌 나도 움츠러드는 기분인데, 학교 안에 다른 피해자들은 여태 얼마나 큰 정신적인 고통에서 지내왔을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모 씨(21·여)는 "과거 N번방 사건이 터졌을 때도 큰 충격을 받았는데 비슷한 일이 심지어 모교에서 또 되풀이돼 기분이 정말 안 좋았다"며 "한 번뿐일 대학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로 남게 될까 걱정도 되고 추가로 다른 범인들이 내 주위에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 등에서 2차 가해 및 남녀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손 씨는 "커뮤니티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별일 아니네' 등 2차 가해나 젠더갈등으로 불을 지피는 댓글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며 "피해자들도 우리 학교 학생이면 이 글을 쉽게 읽을 텐데 또 상처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향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구성원들이 더욱 경각심을 갖도록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TF팀을 구성해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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