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판 N번방' 부실 수사 논란…경찰 "일선 서 할 수 있는 수사 다해"
4차례 수사에도 피의자 특정 못해 사건 종결…국수본 재수사 지시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경찰이 서울대에서 N번방을 연상케 하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4차례 수사를 하고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던 것으로 나타나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선서의 여건이 좋지 않고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1일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 등 수십명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박 모 씨(40·남)와 강 모 씨(31·남)를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각각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제작한 음란물을 재유포하거나 자신의 지인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3명을 추가로 검거해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최소 61명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일선 경찰서에 고소한 이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수사가 중지되고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재수사를 지시했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에서 일선 서에서 하기 힘든 사건이라고 보고 재수사 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수본은 '지인 능욕' 사건을 잡지 못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텔레그램은 수사에 협조해 주는 곳이 아니어서 전세계 경찰이 같은 상황"이라며 "서울청은 여러 수사기법 노하우 가지고 있어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선 경찰서에서 해야 할 수사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그만큼 잡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N번방 사건을 추적해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씨가 피의자를 유인, 검거에 도움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디 확인 과정에서 추적단 불꽃인 걸 확인해 차후에 협조했다"며 "박 씨를 유인해 준 게 맞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불법 합성물 재유포자들을 지속해서 추적할 방침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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