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당했다" 신고 뒤 이상한 돌연 취소…'팔 문신' 단서로 검거
코드제로 발령 2분 만에 기동순찰대 현장 도착…"아무도 없었다"
시민 제보와 발 빠른 수색 끝 용의자 발견…공갈 혐의로 수사 중
- 박혜연 기자,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송상현 기자 = "도박장을 운영하는데 강도를 당했어요."
112 신고에 경찰 무전으로 '코드 제로'(긴급 출동) 발령이 떨어졌다. 마침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가 막 근무 교대하려던 상황이었다. 무전을 들은 양진호 기동순찰4대 9팀장은 팀원들과 신속히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신고 접수 2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근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이 신고자에게 전화를 거니 "신고를 취소하겠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장난 전화를 의심하던 찰나, 신고 장소인 편의점 관계자를 통해 알아보니 '팔에 문신이 가득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양 팀장은 신고 내용이 허위 사실이 아님을 직감했다. 경찰관 여러 명이 주변을 돌며 탐색했다. 그 모습이 눈길을 끌었는지 편의점 건너편에 있던 술집에서 한 시민이 나왔다. 남성 두 명이 테헤란로 쪽으로 걸어갔다는 제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 두 명을 발견했다. 한 명은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상의 색깔도 제보와 같았다. 조금만 발견이 늦었더라면 이들은 대로변에서 택시를 잡아 현장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양 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 팀장은 "한 명은 피해자 다른 한 명은 가해자였다"며 "바로 가해자가 옆에 있으니 겁을 먹은 눈치라 일단 둘을 분리하고 피해자를 따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던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과 자신이 받을 처벌이 두려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강도로 분명히 신고가 접수됐으니 명확한 경위를 알아야 한다', '신고를 안 하면 계속 피해를 당할 수 있고 피해자가 더 생겨날 수 있다' 등 10여분 간 이어진 경찰의 설득 끝에 결국 피해자는 800만 원을 갈취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사이 가해자는 "억울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가방 속에 현금 800만 원이 발견되면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현금 800만 원을 갈취한 남성 A 씨는 20대 초반에 동종 전과까지 있었다. A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와 피해자에게 불법 도박장 운영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40분쯤 공갈 혐의로 긴급 체포한 A 씨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피해자 역시 도박 개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양 팀장은 이번 검거 사례를 두고 기동순찰대의 발 빠른 대응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합쳐진 성과라고 했다. 양 팀장은 "저희는 한 팀에 8명이라 현장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하거나 수색할 때 인력 면에서 이점이 있다"며 "지구대 경찰관까지 포함하면 10명 이상이 현장에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시민들 눈에도 잘 띄고 이번 사례처럼 도주 방향을 제보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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