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라도 해야 할 때"…'외국 의사 도입'에 환자들은 일단 '환영'
"이미 환자들은 지친 상황…실효성 논하기 전에 환자 목숨 살려야"
일각에선 "환자와의 의사소통 문제…역량 낮은 의사로 의료 질 하락"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의료 대란으로 환자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지금 정책의 실효성을 따질 때인가요?"
정부가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 가운데,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어떤 방법이라도 써야 할 때"라며 애타게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가운데 일부가 해외에서 의사로 활동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그렇다면 모자란 의사 숫자를 메꾸기 위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라도 시급히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환자는 이미 지친 상황…대책 실효성 높아 보여"
전날 보건복지부는 지금과 같이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올랐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의견 제출 기한은 오는 20일까지고, 이르면 이달 말 시행 예정이다.
이들은 전공의들이 맡았던 수술·진료 보조, 응급실 운영, 당직 근무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현재 환자들은 의견문을 발표하기에도 지친 상태"라며 "이 사태가 2~3년 후 암 환자 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의사들의 주장에서 이젠 '환자'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료계는 집단사직이나 휴진 등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들의 호소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제일 실효성이 높아 보이는 방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세기는 어디에다가 두고 후진국 의사 수입해 오나요?"라며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겨냥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의사…정책 미흡한 점은 보완하면 그만"
일각에서는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도 아니고 제한된 기간에 일시적 진료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입국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외국인' 의사가 진료를 보게 된다면 환자와의 의사소통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의료 공백을 메울 만큼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신중히 지켜볼 것"이라며 "특히 의사와 꾸준히 소통해야 하는 질환자의 경우 외국인 의사가 도움이 되려면 통역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SNS에서 일부 누리꾼은 "역량이 낮은 의사들이 들어와 의료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인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진료 역량을 갖춘 경우에만 진료 행위를 승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진료 기간과 기관을 한정하고 국내 전문의의 지도를 통해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도 의사인데 전공의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겠나"라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환자들이 하루빨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