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5명 "육아휴직·근로단축 제도 사용 '언감생심'"
비정규직·5인 미만·52시간 초과근무 등 과노동자 제도사용 낮아
"마음 놓고 아이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 줄이고 소득 보전해야"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1.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회사에선 재계약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회사 측에서 재계약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나요? (지난 2월, 직장인 A 씨)
#2. 부서장이 다른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해 '계열사에 있었으면 쓰지도 못했을 육아휴직을 여기서 쓴다'고 말합니다. 육아휴직을 못 가게 하는 건 아닌데 이런 식의 은근한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지난 3월, 직장인 B 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의 자유로운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9%)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비정규직(58%)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62.5%) △5인 미만(61.6%) △52시간 초과 근로(62.4%) 등 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 10명 중 6명꼴로 육아휴직·근로 단축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심지어 육아휴직 제도 등의 사용 경험자 중 불이익을 겪은 비율은 24.6%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로 '직무 재배치 등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와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 조치'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임금·상여금 차별 지급 △교육훈련 등 기회 제한 △해고·파면·권고사직 등 신분상 불이익 △집단따돌림·폭행·폭언이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22대 총선에서 여야 정당들은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 등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모·부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우선 할 일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이고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라며 "출산과 육아를 선택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수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제도를 사용 못 하게 하고 제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건 불법이지만, 지난 5년간 신고된 2335건 중 기소되거나 과태료가 분석된 건수는 159건뿐"이라며 "직장인이 사장을 신고하는 게 쉬운 선택일 리 없음에도 처벌은 7%가 안 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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